드디어 개강이다. '만의 하나'라는 가능성을 버리지 못하고, '올인' 정신도 갖추지 못한 나는 마지막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22학점을 꽈악 꽉 눌러서 신청해버렸다. 졸업요구학점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7학점이면 충분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기어이 재수강을 무더기로 신청한 것이다.
이번 학기에도 변함없이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이 빌어먹을 놈의 학교는 '등록금을 1500만원 정도씩은 받아야된다'는 고결한 주장을 펼치시는 총장님 덕분에 매 학기 10~30만원씩 학비가 인상되어 왔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돈에 억눌린게 비단 이번 학기뿐만은 아니지만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이 꼴을 보려니 눈이 시리다.
내 인생 최고의 로또가 터졌던 합격자 발표 이후로 (당시의 나로선 그랬다. 뭔가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그 실체를 깨닫긴 했지만...) 지금까지 언제나 매 학기 초에는 장학금을 타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지만 8학기에 이르는 지금까지 집에 천 원짜리 한 장 가져가지 못했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진짜 마지막이다. 근 20년 가까이 나의 물리적, 정신적 보호막이 되어준 "학생" 딱지를 떼어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 나도 이제 어른이라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던 지난 날의 치기를 반성한다. 어쩌면 나는 스무살 이후로 지금까지 "학생"이라는 사회적 보호망 속에서 얌전히 양육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졸업이 두려운 이유는 모자란 학점이나, 정하지 못한 미래, 불러주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내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현실감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두텁게 내려앉는 "자립"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교정은 아름답고, 새내기들은 활기차며, 복학생 아저씨들은 우중충하다. 아직은 내가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것은 탁월한 스테미너나, 헬스로 다져진 근육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희미하게나마 비춰지는 희망이 있고, 이제 곧 시작될 본 게임에 대한 흥미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언제나 변함없지만 나는 조금 변한 것 같다. 나이 먹은 티를 낸다거나 현실에 조금 더 적응했다거나 하는 따위의 의미는 아니고 싶다.
햇볕이 따사로운데 바람마저 사알살 분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이번 학기에도 변함없이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이 빌어먹을 놈의 학교는 '등록금을 1500만원 정도씩은 받아야된다'는 고결한 주장을 펼치시는 총장님 덕분에 매 학기 10~30만원씩 학비가 인상되어 왔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돈에 억눌린게 비단 이번 학기뿐만은 아니지만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이 꼴을 보려니 눈이 시리다.
내 인생 최고의 로또가 터졌던 합격자 발표 이후로 (당시의 나로선 그랬다. 뭔가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그 실체를 깨닫긴 했지만...) 지금까지 언제나 매 학기 초에는 장학금을 타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지만 8학기에 이르는 지금까지 집에 천 원짜리 한 장 가져가지 못했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진짜 마지막이다. 근 20년 가까이 나의 물리적, 정신적 보호막이 되어준 "학생" 딱지를 떼어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 나도 이제 어른이라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던 지난 날의 치기를 반성한다. 어쩌면 나는 스무살 이후로 지금까지 "학생"이라는 사회적 보호망 속에서 얌전히 양육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졸업이 두려운 이유는 모자란 학점이나, 정하지 못한 미래, 불러주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내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현실감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두텁게 내려앉는 "자립"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교정은 아름답고, 새내기들은 활기차며, 복학생 아저씨들은 우중충하다. 아직은 내가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것은 탁월한 스테미너나, 헬스로 다져진 근육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희미하게나마 비춰지는 희망이 있고, 이제 곧 시작될 본 게임에 대한 흥미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언제나 변함없지만 나는 조금 변한 것 같다. 나이 먹은 티를 낸다거나 현실에 조금 더 적응했다거나 하는 따위의 의미는 아니고 싶다.
햇볕이 따사로운데 바람마저 사알살 분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