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에 나온 로버트 김 아저씨를 보면서 "그 놈의 우리나라"란 나에게 도대체 뭘까 조금 침울해지던 차에 12일에는 APEC이 개막됐다. 마음같아선 부시 면상에 계란이라도 좀 던져주고 올까 싶지만 막상 코 앞에 닥친 시험이 발목을 잡는걸 보면 나도 입만 살아있는 껍데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외국에서도 부시 혼내러 많이들 오는 모양인데 다치는 사람만 안생긴다면 혼 좀 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홍석현 아저씨도 입국했다지만 저 사건 얘기는 이제 한숨밖에 안나오니 일단 패스. 그나마 오늘 들은 황우석 아저씨랑 새튼 아저씨랑 빠이빠이했다는 소식엔 귀가 솔깃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키 아저씨도 그런 이유로 황우석 아저씨랑 헤어지겠다니 느낌이 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에선 "과연? 그런 이유로?"라는 의심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지난 X파일이나 음악캠프 사건 이후로 자꾸만 음모론 쪽에 생각이 쏠리게 되니, 이것 참 난감하다.
엊그제 내 돈 주고 산 빼빼로를 나 홀로 철근같이 씹어먹었던 그 때, 한 사람이 또 세상을 등졌다.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댔던 바로 그 "농민의 날"에. 농가 부채니 하는 문제들은 내가 일학년 때 농활갔을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되던 문제였는데 이제 WTO네, APEC이네 떠들어 대면서 한층 압박이 심해졌겠지. "자유무역협상"에서 "자유"란 "힘센 나라들이 마음대로 물건팔아먹을 자유"는 아닌가 싶어서 씁쓸하다. 우리 큰아버지도 아직 전라도에서 쌀 농사를 짓고 계신데... 휴우...
요즘에야 스팸수집기가 되어버린 한메일이지만 초창기 단촐한 모습의 한메일에는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이 남아있다. 그래서 M$랑 싸우고 있다는 소식에 내심 다음을 응원했는데 나는 잠시 "다음도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 창출이 기업의 설립 이유라는건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는데도 요즘엔 자꾸 그걸 잊어버린다. 아니 어쩌면 잊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돈은 많이 벌어들인 것 같으니 일단 패스. 공정위,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기다려볼란다.
복잡한 한 주였지만 다음 주엔 희망찬! 약속을 하나 잡았다. 아리따운 여인네와 맛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언제든지 전화만 하면 된다"던 그 말을 듣고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구체적인 약속도 하지 않고 "그럼 다다음주에 뵈요"라고 말하며 얼떨결에 통화를 끝내고 말았지만 수요일이나 목욜쯤에 학교에서 조금 일찍 출발해야겠다. 나는 가을에 태어났으니 그녀는 봄에 태어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망상도 좀 해본다. 어쨌든 이 생각 하나로 다음 주는 좀 즐겁게 보낼 수 있겠지...
시험이 끝나면 영화보러 가자고 해야지!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영화(지난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놓친 것은 못내 아쉽다)들도 실컷 보고, 술도 좀 마시고. 아이쿠, 좋아라!~
그래! 남은 2005년, 까짓 한 달 알차게 보내면 우울했던 한 해 일지라도 모두 털어버릴 수 있으리! (시험결과와 상관없이 시험이 끝나면 즐거워질 것 같다는 내 생각은 초딩 때 받아쓰기 시험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아닌 줄 알면서. Jack.Wilson.)
학교종이 땡땡땡
벌써 한 주가 또 지나고...
2월에 제대하는 바람에 근 1년 동안 친구들로부터 "예비군 훈련도 안받아본 짝퉁 민간인"이란 소리를 듣던 내가 "그래, 이제 나도 드.디.어. 예비군 훈련을 받는구나!"라며 내심 좋아하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2005년도 한달 조금 넘게 남았다. 그렇게 2005년은 흘러가고 있고, 벌써 또 한 주가 지나고 내일이면 다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