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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미장원 아줌마, 왜 이러셨어요

아주 오랜만에 머리를 자르러 갔다. 구렛나루부터 시작해서 여간 지저분한게 아니라서 "짧게 잘라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발소의 "각진 머리"나 "날선 머리"가 싫어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긴 하지만 사실 미장원 가는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려고 앉아있으면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물어보니까.

나는 빠숑이나 헤어스딸에 있어서 그닥 신경쓰지도 않고, 또 신경쓴다고 멋진 모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라거나 "적당히 다듬어 주세요"가 나의 주 멘트.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너무 지저분해서 '이 머리 모양 그대로 조금 정돈된 모습'을 원했지만 그저 "짧게 잘라 주세요"라고 말했을뿐.

집에 와서 찬찬히 보니 가관이다. 특히 뒷머리는 살짝 남겨두었는데 일자로 잘라놨다. 나는 목부분에도 머리털이 자라는데 그 까칠한 부분이 드러날 길이에 일자로 잘라놨다. 옆머리는 바짝 밀고 앞머리와 윗머리는 그대로 두었다. 내 동생에게 "어떠냐?"라고 했더니 한 10초쯤 생각하다가 "유치원생 머리 같애. 그게 뭐야?!!"라고 한다.

자주 가는 곳이긴 한데 갈 때마다 다른 사람이 머리를 잘라주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구나. "찾으시는 분 있으세요?"라고 할 때 누구누구요, 라고 이름 대는게 뭣해서 "아니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그러면 안되겠구나. 헐.

아. 욕이 절로 나온다. 왜 하필 오늘 자른 머리가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이냐. 평소 같으면 이렇게 자르든 저렇게 자르든 거의 신경안쓰고 살았겠지만 내일은 그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란 말이다! 아아.. 일부러 깔끔하게 보이려고 제일 비싼 미장원에 간건데 이 민망한 모습을 그녀에게 어찌 보여줄꼬.. ㅜ_ㅜ

요즘 좀 게으르게 살았더니 벌 받은 것 같다.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