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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이어 Liar]를 봤다. 지금까지 연극이라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던 그녀에게 어떤 연극을 보여주어야할지 고민하다 선택한 연극이었다. 꽤 오랫동안 장기공연된 연극인데다가 젊은 관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개와 함께 "그거 재밌다!"는 내 친구 녀석의 추천을 믿었다. - 그 녀석 역시 첫 번째 본 연극이 라이어였다고 한지라 일단 안심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최고로 훌륭한 연극"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웃어제낄 수 있는 연극이다. 시시한 코미디 영화 2, 3편 보느니 이 연극 한 번 보는 게 앤돌핀 생성에 훨씬 좋을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두 집 살림하고 있는 남자가 우연한 사고 때문에 들통날 상황이 되어버리고 그의 거짓말은 점점 불어나 연극이 끝날 무렵,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엉켜버리게 된다는게 전부.
워낙 각본이 탄탄해서인지 관객들과 사적인 농담을 주고받는다거나, 배우들의 애드립으로 웃음을 터트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추운 날에 비 오듯 땀흘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배우들은 그저 연기에 충실했고, 관객들은 그 모습을 따라가며 웃기만 해도 숨가쁠 지경이었다.
다만 한 가지.
동성애가 웃음의 소재로만 이용되고, 그들의 성적 욕구를 비하시키는 웃음에 눈살을 찌푸릴 사람이라면 이 연극은 보지 않는게 좋다.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이 연극을 보게 된다면 극장 안의 모든 사람이 신나게 웃고 있을 때 홀로 인상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니.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연극은 숨가쁘게 흘러간다. 확실히 재미있는 연극이지만 후반부에서 살짝 늘어지는 느낌은 지우지 못했다. 어쩌면 "아동극"에 더 적합한 "샘터 파랑새 극장"의 구조 때문에 슬슬 몸이 찌뿌등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라이어를 본 그 장소에서 나는 이십여 년 전, 엄마 손을 잡고 소극장 뮤지컬 "피노키오"를 본 기억이 있다. 그 곳은 여전히 아이들의 작은 체구에 적합한 관람석이다 - 내가 "다리 아프지? 라며 은근슬쩍 그녀의 무릎 언저리를 살짝 두드려준 것도 그 때 즈음이었다. (그녀는 다리보다 허리가 더 아팠다고 했다. 아쉽다. 내 오른쪽 팔로 그 연약한 허리를 지탱해줄 수도 있었건만. ㅜ_ㅜ)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연극임에는 틀림없다. 주위에서 뭐 재미난 공연없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면 분명 나도 "라이어"를 추천해주리라. 하지만 나는 "수십번을 본 매니아도 있습니다"라는 공연 전 바람잡이 형님의 말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 "라이어"는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제낄 수 있는 연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
머리가 복잡하신 분들, 그저 마음편히 웃고싶을 때 꼭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위에서 말했듯이 "호모"라는 소재를 상당히 자극적인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에 한해서.) 덧붙여 모든 코미디물이 그렇듯이 "얼마나 웃기나 한 번 두고보자!"라는 심정으로 보지 말고 "와, 진짜 재밌겠다"라는 심정으로 보시라. 200% 만족이다.
+ 사랑티켓, 이제 5000원만 할인해준다. ㅜ_ㅜ 게다가 정회원 인증 안받으면 예매하기도 힘들어졌다. 휴우.. 작년 초만 해도 7000원 할인에다가 극장에서 바로 입장권살 수도 있었는데.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