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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연애의 기술이고 나발이고

바로 밑의 글이 무안해져버린 일이 발생했다.

그녀와 채팅중,
"저어...." (뭔가 심상치 않은 포쓰가 느껴지기 시작.)
"정말 죄송한데요...." (그래, 올 것이 왔구나. 좌심방 우심실이 바짝 긴장중)
"연극, 같이 못 볼 것 같아요." (자, 이쯤에서 태연하게 반응해야 한다!)

"네.. 다른 약속이라도.."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도 안난다. 중요한 것은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뉘앙스였다는 점.)

"아직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어쩌고.. 아직은 솔로체질.. 저쩌고..."
(중언부언시작된다. 그 아이, 참 순진했다.)

"^^ 네.. 괜찮아요." (괜찮긴! 그래도 어쩌겠나. 6살 많은 내가 참아야지.)

"고민상담필요할 때 부르세요" (뚜시궁! 나보다 6살 어린 그녀. 내 고민을 상담해 주겠단다. 이 얼마나 순수한 마음씀씀이인 것이냐! 감동의 눈물을 슬쩍 훔치는 척 했다.)

아무튼 내 인생 최고의 소개팅 사건은 이렇게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였다. 중간에 전화라도 좀 할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녀와 내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있었겠나.

그런데 말이다...

그녀와 저런 정신없는 대화를 나누고 추스리는 동안, '띵~동~' 하면서 새로운 대화창이 열렸다. 간만에 만난 학교 후배. 03학번 여후배로, 올해 4학년이 된다. 안부인사가 끝난 뒤... 이 알흠다운 후배분께서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한 살 어린 후배를 소개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 좋다. 2006년 한 해, 뭐가 돼도 틀림없이 되겠구나 싶다. 그 하염없이 하얗게 지새운 밤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보상받게 될 줄이야. 역시 인간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아니면 나처럼 잘생기고 볼 일이;; 아무튼. 임용시험떨어졌다고 우울하게 지낼 틈을 안준다. 그러고보면 인간만사,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 데 걱정하고 근심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