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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질주 본능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동생과 나는 드라이브용 간식으로 간단한 과자 몇 개와 콜라 한 캔을 샀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차를 몰고 나갔다.

엔진 소리가 경쾌하다. 동생은 동경사변의 CD를 틀었다. 비트에 맞춰 엑셀과 브레이크를 점검해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동네 고갯길에서 앞산까지 가는 내리막길은 시원하게 뚫려있어서 드라이브하기에 그만이다. 잠시 흥이 난 나는 동생이 콜라를 마시고 있다는걸 깜박하고 힐앤토우로 고갯길 정상의 코너를 돌고 말았다. 음료수가 옷자락에 살짝 튀어버린 동생이 버럭 화를 낸다. 하지만 언더나 오버도 먹지 않고 매끄럽게 돌아들어간 나는 괘념치 않고 엑셀을 힘껏 밟는다.

어제 내린 눈 때문인지 노면의 뮤가 평소보다 많이 낮다. 이 정도라면 드리프트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동생에게 먼저 주의를 주고 어제 연습한 엑셀워크를 되새겨본다. 풀스로틀로 드리프트를 건다. 성공이다!

그립감이 떨어지는 도로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기분좋은 드리프트를 할 수 있었다. 언더나 오버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고, 리스폰스도 훌륭하다. 날이 개고 도로 사정이 나아지면 타임 레코드를 갱신할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동생 녀석이 이제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형! 제발 만화책보면서 궁시렁거리지 말고 면허부터 좀 따라! 어?!! -_-+"


- 이니셜 D, 참 재미있는 만화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