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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햄토리 대장

엊그제 야자시간,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책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워진 아이들을 향해 눈빛 공격을 퍼부으며 억지로 조용히 시키고 있었는데(사실 나도 야자를 해봤지만 그 때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 녀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누구 닮았다는 얘기 안들어요?"

오호라. 이 녀석들도 나를 UN 김정훈으로 보는구나.. 싶어서 "뭐 사실 UN 김정훈 닮았단 얘기는 가끔 듣는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궁도 안보냐는둥, 공부나 계속 하자는둥, 집에 빨리 가자는둥 아주 난리가 났다. 그 틈을 타 한 녀석이 크게 외쳤다.

"선생님! 햄토리 대장 닮았어요!"

오른쪽, 모자 쓴 녀석이 대장...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런 녀석이다. 햄스터가 주인공인 만화같은데 어쨌든 저 햄토리 대장과 내가 닮았댄다. 그 여학생은 교실을 나서며 내게 한 마디 덧붙여주었다.

"선생님, 어른한테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선생님 귀여워요!"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고민중이다.


+ 저 와중에 "아니야, 비버 닮았어!"라고 외치던 녀석도 있었으나 아이들의 중론은 "햄토리 대장"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수업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UN 김정훈이나 정우성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모종의 조치를 좀 취해봐야겠다.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눈이 높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