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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분명히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

한 때 "창작"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고3 때였던가. 대학은 가야겠고, 점수는 형편없고, 담임은 "가야대라도 가야대!"라던 그 때, 교내 게시판에 모 대학의 문예대회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노트에 끄적였던 것들을 모아 담당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왜 이제 왔냐! 이거 먹히겠다!"라고 하셨다.

남들은 모의고사 공부한답시고 열을 올리는데 나는 아침에 조용히 윙크 한 번 날려주고 캠퍼스로 향했다. 날씨도 화창했다. 아마 그 땐 "그래, 대충 써도 예선 통과했는데 제대로 쓰면 등단쯤이야 우습겠군. 후훗."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본선에서 보기 좋게 탈락한 이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에 와서 창작관련수업 때 교수님으로부터 오만가지 소리를 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언제였을까. 학회 활동을 하던 선배가 등단을 한 이후였는지, 창작 관련 수업에서 모조리 B이하를 맞은 이후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스스로 "난 아직 멀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 내가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게 될 줄은 우리집 푸름이 녀석도 몰랐을테지. 어쨌든 아직까지는 잘 걸어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내 글이 "먹혔"더라면 귀여니보다 백만 배쯤 더 많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댓글을 받았을테니...

그나저나 임용시험공부도 해야하는데...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