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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이제 그만 하산하도록 하여라

오늘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스승님께 꽃 한 송이 달아드리기는 커녕 오늘도 집에서 빈둥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소리를 듣게 되다보니 어느새 스승님을 잊고 지냈나 봅니다. 죄송하고도 부끄러운 마음, 감출 길이 없습니다.

스승님! 하루 종일 뉴스에서는 교권이 실추됐느니, 참된 스승은 이제 없다느니 제멋대로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학부모에게 따귀맞고 고충상담하는 교사, 촌지받고 감옥가는 교사가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의 모습인양 걱정하고 또 또 걱정합니다. 슬픈 소식입니다. 언제나처럼 저들은 보다 자극적인 소식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 받을까 무서워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오늘 하루는 학교에 가지 말라더군요. 수업외업무로 사시사철 고생하는 우리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그 높으신 양반의 기발한 생각에 만세를 불러봅니다. 한 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임 선생님 모시고 작은 케이크 하나 놓고 노래부르던 기억은 벌써 날카로운 옛 추억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선생님, 스승의 날인데 잘 보내셨어요?"라는 어느 학생의 문자에 문득 가슴시립니다. 수학여행에, 스승의 날까지 겹쳐 4일여의 황금연휴를 보내고 있는 저는 오늘 같은 날이야말로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교과서는 한 쪽에 제쳐두어도 좋을, "진도"와 "시험"과 "수행평가점수"에서 자유로운, 일 년에 몇 번 없을 그런 수업말입니다.

스승님께서 언제나 그 곳에 계신 것처럼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을 것입니다. 교실붕괴, 교권실추, 학교폭력 따위의 낱말 앞에서 움츠러들 선생님들이었다면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지도 않았을테지요.

내일도 알찬 수업을 하려면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초여름의 충만한 기운이 언제나 스승님과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선생님"으로서 맞이하는 첫 번째 스승의 날에.
올빼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