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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선생똥은 개도 안먹는다더라

뉴스 : 한국 교사 수업 550시간, 잡일 1500시간?

일단 뉴스보고 오시라. 초중고를 막론하고 세계 최고 연봉이랜다. 근속년수니 뭐니 신경쓸 거 없다. 세계 최고라지 않는가. 연간 수업시간이 미국의 절반이라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분개할 수도 있겠단다. 자녀없는 학부모도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그렇다쳐도 학부모들이 분개하기 이전에 이미 교사들이 분개하고 있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한 문장씩 문단을 나누어서 친절하게 강조해주고 있다.

[능력 있는 교사가 학교에 남아 학생을 가르쳐야 함이 학생들이 받아야 할 최소의 권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없는 교사는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행정공무원이 되는` 교사 수업 환경 여건을 먼저 개선함이 우선일 것이다.]

행정공무원이 된 교사의 수업 환경 여건을 먼저 개선하고 "능력 없는 교사는 도태"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다. 능력있는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은 학생들의 최소한의 권리라고 한다. 그 능력이란 도대체 뭘까?

자신이 아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다. 학생들은 그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 졸립고 따분하다. 수능에도 큰 도움이 못되는 것 같다. 차라리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학원을 가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방과 후에 선생님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선생님은 이런 저런 생활 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자, 이 선생님은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언제나 그렇지만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나라 언론들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교사가 아닐까 싶다. 특정 교사의 잘못을 모든 교사의 잘못인양 보도하는 데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온갖 잡무에 시달리고 이런 뉴스, 저런 뉴스에 귀가 따갑도록 쓴소리만 들어도 내가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함께 알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선생님의 의무이기 이전에 권리이다.

신자유주의 아래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체제에 순응하고 있다는 것일테지.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를 수 없는, 따라가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고 믿고 싶다. 교사는 사람이 소중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교사들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저항의 목소리가 학교라는 테두리, 공무원이라는 굴레에 갇혀 등따숩고 배부른 자들의 욕심으로 비춰지나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질 높은 수업을 운운하기 이전에 바로 그 "질"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일개 비정규직 교사인 주제에 말이 길었군.
서럽게도.


* 추가
+ 연합뉴스 기사를 보시라. 매일경제 기사가 울컥하게 만들었던 것일 뿐.
+ 무엇보다 짜증나는건 "니가 지금 교사질해먹고 있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라는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