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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연구수업

지난 주 목요일 3교시에 연구수업을 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순식간에 끝나버린 연구수업...

애초에 계획한 것은 "과제분담학습모형(Jigsaw)을 토대로 한 도서관 활용 수업"이었다. 이 얼마나 거창하고 아름다우며 새로운 수업인가. 내심 만족해하며 지도안을 짜기 시작했다. 교직 수업을 들을 때 짧게 체험해보았던 직소모형이 인상에 남아있었던터라 수업 단원을 정하기 전에 수업모형부터 덜컥 결정했던 것이다.

지도안이 좀 늦게 완성되어서 이틀전쯤에야 부랴부랴 다른 선생님들께 검토를 부탁드렸고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연습을 해보았다. 직소모형에 대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예상했던 바대로 아이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모집단 구성과 전문가 집단 소집, 모집단 재소집이라는 직소모형의 과정은 그럭저럭 이해하는 듯 했지만 실제 활동 내용에 대해서 아이들은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틀에 걸친 연습끝에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음을 깨닫고 급히 지도안을 변경했다. 다른 선생님께 응급처치를 받고 밤샘 작업끝에 어찌어찌해서 연구수업을 할 수 있긴 했다. 도서관을 활용하겠다던 아이디어, 새로운 수업모형에 대한 약간의 설레임 등은 모조리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수업 시작 20분전까지 PPT를 만들고 있던 나로서는 큰 무리없이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는 언제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잠시 그 과정을 잊고 장밋빛 결과물에 대한 환상만 품었던 나머지 그럭저럭, 무리없는, 하지만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만족하지도 못할, 그저 큰 일 하나 치루어냈다는 안도감 하나 건져낸 그런 수업이 되고 말았다.

간 떨어질 뻔한 위기감을 느끼며 큰 교훈 하나 얻은
안타깝고 아쉬운 연구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