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는 것은 내게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승용차로 30여분,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시험삼아 다녀와본 결과, 자전거로는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출근만 한다면야 까짓 어려울 게 있겠냐만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가, 종일 수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는 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이들한테 자랑해둔 말도 있고 ("조만간 한 번 타고 올거야. 얼마나 이쁜 자전거인지 직접 확인해봐라."라고 말했다가 빈축만 사긴 했지만;;) 그 동안 자전거에 꽤 익숙해진 것 같아서 이번 주 토요일에는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빨간 후미등은 자전거를 살 때 주인 아저씨가 달아주었고, 라이트는 담배 한 갑과 바꾼 후레쉬를 달았다. 여기에다 몇 권의 책을 담을 수 있는 핸들바 가방까지 달아놓았으니 이제 남은 건 달리는 것뿐!
넉넉히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늦어도 새벽 5시반쯤에는 집에서 나가야한다.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내심 걱정도 되지만 일단 한 번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면허증도 없다고 무시하던 녀석들에게 힘차게 자랑해야지. 후훗. (결국 녀석들은 "불쌍하다", "안쓰럽다", "차라리 면허를 따겠다"며 나를 괄시하겠지만 차 없이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걸 보여주리라!)
이 꽃다운 청춘이 끝나기 전에 자전거의 세계로 뛰어들었다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