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전의 일이 되어버렸나보다. 입대전 한 때 불어닥친 "전국민 홈페이지 갖기 운동"에 휩쓸려 어줍잖은 사이트를 하나 꾸려가고 있었다. 그다지 지성을 드리지도 않았는데 하늘이 감동했던지 덥석 80포트 이벤트에 당첨되었고, 거기서 몇년을 버티어내고 있었다.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는 구성이었지만 틈날 때마다 조금씩 쌓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2년차 휴가 때였나? 부대 안에서 보던 PC잡지에 블로그란게 있다더라. 한창 싸이월드가 하늘로 치솟을 때였다. 어찌어찌하여 가지고 있던 계정에 블로그라는걸 처음 깔았다. 무버블은 왠지 어려워보여서 통과, 뉴클리어스가 땡겼는데 이것도 처음엔 손대기가 겁났다. 기왕이면 기존 게시판 자료도 살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제로보드와 연동도 되는 ZOG를 처음 설치했다. 생각보다 설치도 쉬웠고 사용법도 간단했다. 뭔가 새로운 재미가 등장한 것 같았다.
블코에 등록도 하고 글도 몇 개 올려놓고 옛 게시판 글들을 옮기면서 슬슬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불여우란 브라우져를 알게됐고 여차저차해서 태터툴즈를 처음 깔게 되었다. 한때 내 홈페이지의 방명록이기도 했던 purybbs의 제작자였기 때문일까. 어쨌든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purybbs보다 쉽고 빠르게 스킨을 바꾸고 수정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깔끔하게 나만의 블로그를 꾸려가고 싶었던 나에게 태터툴즈는 작지만 썩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블로그라는게 뭔지 조금씩 맛이라도 좀 보려고했던 2005년의 어느 봄날에 홈페이지가 사라져버렸다. 당황스러웠지만 어쩌겠나. "알림 메일을 보냈지만 수개월 답이 없어서 계정을 삭제했다"는 답변에 그저 깊은 한숨 내몰아쉴 수 밖에. 그리하여 90년대 후반부터 새천년의 초반까지 뜨문뜨문 담아두었던 내 추억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헤어진 첫사랑의 익명글도, 술먹고 꼬장부린 친구의 댓글도, 잔뜩 힘주어 썼지만 지금 보면 우습기만 한 짤막한 글들까지도...
그래도 이미 시작해버린 블로깅을 그만두기엔 아쉬워서 이글루에 잠깐 머물렀다. 그 때 골빈해커님을 만나 지금까지 무료로 세들어 살고 있게 되었는데, 난 그 때 이미 해커님이 크게 한 건 해내시리라 굳게 믿었다. (두고보시라. 올블 대박나서 해커님 부자되는거, 시간문제다.)
이 블로그를 꾸려오면서 블로그페어도 구경해보고 야후 피플링도 남들보다 먼저 써봤다. 지금은 워낙 광활한 벌판이 되어버렸지만 그 때만 해도 블코나 올블은 참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블코 접속안되는데 올블 만들어지니 몰려와서 "와! 좋아요!"라고 외치던 그 사람들 말이다. 몇 시간 올블에서 죽치고 있으면 꽤나 많은 사람들을 알 수 있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이 블로그에 내 지난 추억들을 엮어가고 있다. 잊지 못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개 남겨두었다가 꿈에 그리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데에는 이 블로그가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내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건 여기 남겨진 그들의 삶의 향내 때문임을 알고 있고,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나를 지켜줄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라는 것도 여기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남기면서 스스로 재확인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국어 교사가 바라보는 고등학교에 대해서 조금씩 글을 남기는 중인데 학생과 교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져서 먼 훗날 다시 되돌아봐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블로그를 쓰면서 일기를 거의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손글씨의 맛을 잃어버려서 아쉽고, 컴퓨터로 툭툭 두드리는 것과 펜으로 종이에 글을 적어나가는 것의 차이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천재소년 두기'라도 된 양 기억해두고 싶은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을 이 곳에 조금씩 채워간다.
TNC, TNF가 등장하고 내가 자주 둘러보던 블로그의 주인장이 TNC의 사원이 되기도 하고, 이올린이 생기는 등 지난 3여년간 태터툴즈는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태터툴즈는 여전히 하나의 내 소중한 뜨개질 용품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이제는 블로그를 꾸려온 년수가 있기 때문인지 닉네임만 봐도 반가운 블로그 이웃들도 여러명 생겼고, 나는 처음에 무슨 개념인지 도통 몰랐던 RSS를 소리없이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인터넷의 수많은 인연들과 실생활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중간 어디메쯤에서 나는 태터툴즈로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있다.
태터툴즈가 탄생한지도 벌써 3주년이 되었단다. 즐거운 일이다. 태터툴즈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조용히 내 지난 일상을 추억해내고 오늘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태터툴즈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2년차 휴가 때였나? 부대 안에서 보던 PC잡지에 블로그란게 있다더라. 한창 싸이월드가 하늘로 치솟을 때였다. 어찌어찌하여 가지고 있던 계정에 블로그라는걸 처음 깔았다. 무버블은 왠지 어려워보여서 통과, 뉴클리어스가 땡겼는데 이것도 처음엔 손대기가 겁났다. 기왕이면 기존 게시판 자료도 살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제로보드와 연동도 되는 ZOG를 처음 설치했다. 생각보다 설치도 쉬웠고 사용법도 간단했다. 뭔가 새로운 재미가 등장한 것 같았다.
블코에 등록도 하고 글도 몇 개 올려놓고 옛 게시판 글들을 옮기면서 슬슬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불여우란 브라우져를 알게됐고 여차저차해서 태터툴즈를 처음 깔게 되었다. 한때 내 홈페이지의 방명록이기도 했던 purybbs의 제작자였기 때문일까. 어쨌든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purybbs보다 쉽고 빠르게 스킨을 바꾸고 수정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깔끔하게 나만의 블로그를 꾸려가고 싶었던 나에게 태터툴즈는 작지만 썩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블로그라는게 뭔지 조금씩 맛이라도 좀 보려고했던 2005년의 어느 봄날에 홈페이지가 사라져버렸다. 당황스러웠지만 어쩌겠나. "알림 메일을 보냈지만 수개월 답이 없어서 계정을 삭제했다"는 답변에 그저 깊은 한숨 내몰아쉴 수 밖에. 그리하여 90년대 후반부터 새천년의 초반까지 뜨문뜨문 담아두었던 내 추억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헤어진 첫사랑의 익명글도, 술먹고 꼬장부린 친구의 댓글도, 잔뜩 힘주어 썼지만 지금 보면 우습기만 한 짤막한 글들까지도...
그래도 이미 시작해버린 블로깅을 그만두기엔 아쉬워서 이글루에 잠깐 머물렀다. 그 때 골빈해커님을 만나 지금까지 무료로 세들어 살고 있게 되었는데, 난 그 때 이미 해커님이 크게 한 건 해내시리라 굳게 믿었다. (두고보시라. 올블 대박나서 해커님 부자되는거, 시간문제다.)
이 블로그를 꾸려오면서 블로그페어도 구경해보고 야후 피플링도 남들보다 먼저 써봤다. 지금은 워낙 광활한 벌판이 되어버렸지만 그 때만 해도 블코나 올블은 참 아기자기했던 것 같다. 블코 접속안되는데 올블 만들어지니 몰려와서 "와! 좋아요!"라고 외치던 그 사람들 말이다. 몇 시간 올블에서 죽치고 있으면 꽤나 많은 사람들을 알 수 있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이 블로그에 내 지난 추억들을 엮어가고 있다. 잊지 못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개 남겨두었다가 꿈에 그리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데에는 이 블로그가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내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건 여기 남겨진 그들의 삶의 향내 때문임을 알고 있고,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나를 지켜줄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라는 것도 여기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남기면서 스스로 재확인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국어 교사가 바라보는 고등학교에 대해서 조금씩 글을 남기는 중인데 학생과 교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져서 먼 훗날 다시 되돌아봐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블로그를 쓰면서 일기를 거의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손글씨의 맛을 잃어버려서 아쉽고, 컴퓨터로 툭툭 두드리는 것과 펜으로 종이에 글을 적어나가는 것의 차이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천재소년 두기'라도 된 양 기억해두고 싶은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을 이 곳에 조금씩 채워간다.
TNC, TNF가 등장하고 내가 자주 둘러보던 블로그의 주인장이 TNC의 사원이 되기도 하고, 이올린이 생기는 등 지난 3여년간 태터툴즈는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태터툴즈는 여전히 하나의 내 소중한 뜨개질 용품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이제는 블로그를 꾸려온 년수가 있기 때문인지 닉네임만 봐도 반가운 블로그 이웃들도 여러명 생겼고, 나는 처음에 무슨 개념인지 도통 몰랐던 RSS를 소리없이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인터넷의 수많은 인연들과 실생활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중간 어디메쯤에서 나는 태터툴즈로 하루하루를 엮어가고 있다.
태터툴즈가 탄생한지도 벌써 3주년이 되었단다. 즐거운 일이다. 태터툴즈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조용히 내 지난 일상을 추억해내고 오늘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태터툴즈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