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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이런 애자 새끼!

엊그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시작종이 울린 직후 교실에 들어갔더니 한 녀석이 아직 내가 교실에 들어온 줄 몰랐던 모양이다. 저 쪽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외침. "아우, 이런 18!"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녀석에게 쏠렸고 그제서야 녀석은 내가 교탁 앞에 있다는걸 알고는 적잖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작년에 내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할 수 밖에 없었다.

온갖 욕의 어원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씨팔'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좆나'의 좆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그냥 사용하니까"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는 것 같았다. '니미'가 '니미럴'이고, '니미럴'은 '네 어미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이야기해주었다. 아이들은 내 설명을 들으면서 굉장히 민망해했지만 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말들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다. "애자"라는 말은 내가 지금껏 들은 너희들의 욕 중에서 가장 나쁜 말인 것 같다고. 특히 다른 욕들과 다르게 '애자'라는 말은 크게 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상황판단이 느리거나 뭔가 놀림받을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이런 애자 새끼!"라고 하며 놀려댄다. 놀리는 녀석도, 당하는 녀석도 웃고 떠드는 장난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 욕은 그 의미를 잘 모르고 내뱉는 경우가 많지만 애자라는 말은 '장애자'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렇게 부른다는 것을 알고는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에게 강조했다. 내 귀에 욕이 들리면 (특히 애자라는 말) 굉장히 화를 낼 것이라고.

장애자보다 장애인이 더 나은 표현인 것 같고, 장애우는 지나친 동정을 담은 표현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곁들여 주었다. 조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라져야할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장애우는 좋은 말인 것 같은데 너무 오버하시는거 아니냐는 학생도 있었다. 녀석에게 "그럼 이건 어때? 장애인이 남들에게 자신을 칭할 때 장애우란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낯간지럽지 않을까?"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장애가 없는 나로서는 어떤 말이 가장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푸훗님의 글 몇 편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건대 장애우보다는 장애인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고 추측할 뿐...

아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보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매듭을 지었다. 식상한 말일 수도 있고, 너무 뻔한 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고 옳바른 일인지는 잘 알면서도 막상 생각하는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나와 함께 국어를 공부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