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썸네일형 리스트형 장남의 마음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대뜸 "어제 감독하셨죠? 어떠셨어요?"라고 묻는다. 연이어 "동생은 잘 봤대요?"라고 물어보는 녀석도 있다. 고맙고 귀여운 녀석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당(?)받은건 동생줬다고 했더니 앞쪽에 있던 한 아이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휴... 그래도 하루 종일 고생해서 받은건데 왜 동생 줬어요..." 내 생각 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아이가 툭 던지는 한 마디. "야, 그런 게 장남의 마음이야." 그래도 아까운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와 장남의 마음은 다 그렇다며 옥신각신하는 두 녀석을 보며 나는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너희들 차례야, 이 녀석들아~"라는 말에 "우~"하는 아이들. 탁한 교실 안으로 햇살 한 줄..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추석 연휴 직후,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중고등학생 때 연휴 앞뒤로 시험기간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미치도록 싫었는데 교사가 되고 보니 살짝 좋아지려고 한다. 녀석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 시험 문제 출제는 끝냈는데 이번 학기에 급작스레 맡게 된 논술 보충 수업이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그나마 모인 녀석들이 꽤 열의를 갖고 있어서 뭔가 더 알차게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쉬울 때가 많다. 준비시간이 좀 넉넉했다면 조금은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을텐데... 아무튼 조만간 논술협의회가 있다고 하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고사가 다가오고, 수행평가도 해야하고, 진도도 빠듯한 나로서는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녀석들은 지들 시험이 코 앞인데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지나치게 .. 아이들을 바라보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자주 했던 생각 중의 하나는 '왜 선생님들은 저렇게 감정이 급변하는걸까?'라는 것이었다. 1교시에 버럭 화를 내던 선생님이 2교시 후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만나면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다. 어떤 날은우리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싶은 장난을 쳐도 웃으며 넘어가셨는데 어떤 날은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엄청나게 화를 내곤하셨다. 이제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 교사인 내가 그 때 그 분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되었다면 주제넘은 생각일까. 스스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고 학생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때로는 내 스스로에게실망할만큼 순간적으로 불안에 빠져버린다. 평소에 수업 태도가 참 좋은 반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산만했.. 마지막 수업은 기타와 함께 오늘은 1학기 마지막 문학 수업날이었다. 작년 이맘때,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노량진 학원가를 어슬렁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쨌든 1학기 동안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비록 기간제일지라도... 전부터 벼르고 있던 기타를 학교에 들고 갔다. 다른 선생님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하셨다. "수업시간에 기타도 쳐요?", "올빼미샘, 축제 때 기타치면서 노래나 한 곡 하지?" 등등. 생각보다 쪽팔리긴 했지만 어쨌든 묵묵히 악보와 기타와 설문지를 들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선 후, 먼저 아이들에게 수업 평가 설문지를 쓰게 했다. 생각보다 훨씬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다급하게 설문지를 감추는 녀석들;;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무기명으로 조사를 했다. 아이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Rock & Flower 점심시간의 일이었다. 식판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뒤에 오신 X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선생님, XX이랑 얘기하셨어요?"라며 말을 건네신 그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오늘은 시험 후 첫 수업이었으므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점수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 때 그 아이에게 "넌 몇 점이나 맞았냐?"라고 물었고 녀석은 대답 대신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점수를 확인해보니 찍은 것보다 점수가 안나왔더라. 짐짓 웃으며 "심했다. 아무리 찍었어도..(이 뒤에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고 미안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녀석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점수 얘기가 나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