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오영 썸네일형 리스트형 달밤... 그 여유로움.... 달 밤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날 밤이었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웃마을 김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 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 그는 부끄러웠다... 그녀는? 고개 마루턱에 방석 소나무가 하나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 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는 여름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 오면 한 번씩은 이 집을 찾는다. 이 집에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열세 살 되는 누이뻘 되는 소녀가 있었다. 실상 촌수를 따져 가며 통내외까지 할 절척(切戚)도 아니지만, 서로 가깝게 지내는 터수라, 내가 가면 여간 반가워하지 아니했고, 으레 그 소녀를 오빠가 왔다고 불러내어 인사를 시키곤 했다. 소녀의 몸매며 옷매무새는 제법 색시꼴이 박히어 가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시골서 좀 범절 있다는 가정에서는 열 살만 되면 벌써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