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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자나깨나 생각하는 연애


연 애


- 안도현


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 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방금 잠이 깨버렸다. 자기 전에 블로그에 글도 한 편 남겼고, 양치질과 세수도 했고, 책가방도 챙겨두고, 불도 껐다. 난 누우면 바로 잠이 들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꽤 깊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 생전 안꾸던 꿈을 꿨다. 악몽은 아닌데 찝찝한 꿈... 연애하는 꿈이었다. 결혼까지 할 상황이었는데 대판 싸우고 헤어졌다. 그 와중에 잠이 깼다. 꿈치고는 영 찝찝해서 화장실 한 번 갔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왔다. 그런데 아까 껐다고 생각했던 컴퓨터는 로그아웃만 되어 있었다; 끄기 버튼 대신 로그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옛 노트에 베껴놓은 연애시 하나 옮겨 놓았다.

전화기를 보니 문자가 와있다. 시간을 보니 내가 문자를 보내고 한 40분쯤 있다가 보낸 모양이다. 간단명료. "잘자요~^^". 그래도 쌩까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다음 버튼을 눌렀는데, 다른 문자가 2개 더 와있다. 매우 정확한 소식통(그녀의 언니;;)에 따르면 그녀는 오늘 꽃다발과 사탕을 받았단다. 쿵야... 내가 한 발 늦은건가? 닭 쫓던 개가 되어야 하는건가? 그러나 소식통의 어투가 그닥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가 우려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소식통은 내 마음을 알고 있으므로, 정녕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면 이렇게 말해주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꾼 것인가. 허허... 자나깨나 연애라니, 이렇게 비통할 때가 없다. 어서 잠이나 마저 자야겠다. 내일 아니 벌써 오늘이 되었군. 나는 이런 날을 전혀 신경쓰고 싶지 않은데 연애를 하려면 신경써야 하나보다. 나는 그냥 "우리 살아 있을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고 싶은 것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