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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싫으면 시집가!


(시집가려면 클릭! 끝부분 놓치면 후회!)


고등학교 때 나는 도시락은 두고 가도 워크맨은 빼놓지 않았다. 요즘 오래된 농담을 주고받다 문득 그 때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줄창 듣던 앨범이 생각났다. 박진영이 날 떠나지 말라며 애원하고, HOT의 망치춤에 여학생들의 탄성이 새어나오던 그 무렵, 나는 한 장의 앨범에 빠져들고 있었다.

Monkey Head의 1집 [Monkey Head]는 '락은 진지하다' 혹은 '진지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재기발랄하게 부숴버린 앨범이었다. 메탈리카와 판테라, 오비츄어리와 세풀투라의 그로울링 속에서 멍키헤드의 쌍콤발랄한 울부짖음은 나를 한층 심오한 유머의 세계로 인도했다.

스래쉬 메탈을 기반으로 트롯과 동요, 만화 주제가를 패러디하고, 판소리를 재해석해낸 그들의 장난은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할 무게가 담겨있다. 디스토션 잔뜩 걸린 기타와 탄탄한 그루브의 드럼은 그들만의 스타일 안에서 곰삭아 스래쉬 메탈의 묘미를 알싸하게 맛보여준다.

미치광이가 옷 벗어제꼈다고 인디 밴드를 악의 소굴로 단죄하는 이 땅에서 우리에게도 멍키헤드같은 밴드가 있었음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노래는 잊혀져 가지만 그들의 뼈 있는 외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싫으면 시집 가!"





+ 원숭이 엉덩이가 빨갛다는 그 노래, 요즘 아이들도 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