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종이 땡땡땡

바보야!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



"우린 이제 끝난 걸까?"
"바보야!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

- 스물 한 살의 겨울, 학교 영화제에서 혼자 봤던 [키즈리턴]의 마지막 대사



어제 오늘 유난히 친구 녀석들과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단정한 차림새로 사진을 찍고 이제 막 입사원서를 쓰기 시작한 녀석, 미국에서 학사 학위 받고 병역 특례 연구소에 다니는 녀석,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치른 녀석, 남들 취직할 때 군대 입학한 녀석, 여자 친구랑 사고치고 집 나온 녀석, 대여섯 살 어린 아해들과 다시 시작할 편입 준비중인 녀석, 졸업을 코 앞에 앞두고서야 폐인생활을 청산한 녀석...

그리고 마지막 학기라는 궁극의 상황에 도달해서야 미친듯이 학점 올리려고 발버둥치는, 그와 동시에 입사 원서도 한 번 넣어보려는데, 당장 올 연말에 있을 임용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는 나.

마지막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강의계획서를 곧이 곧대로 믿은 죄로 인해 오늘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한 과제물의 광풍 속에서 귓전을 울리는 소리... "과.유.불.급."

하지만 비록 "70%는 끝장난 녀석의 대사였다"고 해도,
스물 한 살, 그 겨울의 기억을 고스란히 갈무리해놓은 나에게 그 "아이들"의 대화는
99%의 절망 속에서 1%의 열정만으로도 버티어 이겨낼 치열함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