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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지구야! 제발 중간고사 끝나면 사라져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메가박스에서 13일부터 연장상영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수건 둘러메고 할인받아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단 건너뛰어야만 했다.

중간고사 끝나면 한 숨 돌리면서
지구가 사라지는 것쯤 가볍게 볼 수 있겠지!

라고 쓰는 동안, 정작 중요한 시험이 2달도 채 안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호, 통재라.. ㅜ_ㅜ

"너는 내 운명"이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니 하는 것들은 "그래, 가뜩이나 애인없어서 서러운데 저런 영화보면 미칠지도 몰라. 겨우 병세가 호전되는 중인데...비디오로 보지뭐"라고 애써 자위할 수 있지만 "히치하이커"를 영화관에서 본다는 건 좀 다르잖아? 쩝.

인생은 언제나 기회비용을 염두에 둔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이런 경우엔 참 난감해진다. 당연히 시험 쪽에 무게가 실리는데 - 그것도 왕창. 어쩌면 내 미래가 걸린 문제이니만큼;; -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에이, 시험도 끝났는데 영화 한 번 본다고 뭔 일 나겠어?"라는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가 없다. 문제는 "히치하이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까지는 아니라는 데에 이르러 증폭되고... 더군다나 DivX로 다 봐놓구선... OTL...

그래, 결심했다.
내 주위에 "다수의 관객들에게 두루 인정받은 영화"가 아닌 영화를 같이 보고 즐길만한 사람은 거의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그 중에 내가 좋은 때에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보는거고, 없으면 공부에 올인해야지.

이렇게 잔뜩 고민했는데 정작 시험끝나기 전에 메가박스에서 영화 내려버리면 대략 낭패;;;


+ 김창렬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알고 꽤나 웃었다. (영화보신 분들만 이해가능한 유머. 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