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종이 땡땡땡

교육과 사회

"인간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에 대해 서술하고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논하시오"


사실 거의 공부를 안했다. 전공시험의 거센 압박도 있었고, 주말 이후에 치르는 가장 마지막 시험인지라 "나중에 해야지, 이거 먼저 하고 해야지, 저거 먼저 하고 해야지..."하다가 오늘이 와버렸다.

공부를 안했으니, 갈등론자들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못하는게 당연한 바, 사람 이름은 딱 한 번 썼다. 원래 확실하지 않은 건 시험답안에 아예 쓰질 않는데다 온갖 이름들이 머리 속에서 난무하여 차라리 안쓰는게 나을 것 같았다.

결국 답안지는 "자신의 관점"으로 채워졌고, 그 관점이란 것도 명확한 이론을 근거로 제시한 것도 아니고 중언부언해가며 뜬구름 잡는 얘기만 잔뜩 쓰고 나왔다. 시험지의 2/3를 그걸로 채웠으니... -_-;

시험 도중 들려온 선생님의 한 마디가 폐부에 박혔다.

"이 과목은 중간고사가 제일 중요합니다. 과제가 있긴 하지만..."


어찌됐든 시험은 끝났다. 갈등론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피지배계급의 일원으로서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강제로 전수받는 과정"인 교육에서 "선발"되고 "사회화"되는 일차적 관문인 시험을 일단 끝마친 것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여전히 내 자식들에게 이 얄랑꾸리한 삶의 양태를 고스란히 재생산해주게 되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계급갈등의 현장"이자 "이데올로기의 전수장"인 교육현장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아닌가. "비록 학교교육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전수하는 교육과정이지만 그 과정 안에 저항이 존재한다"는 애플 아저씨의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시험은 끝났고, 날씨도 청명하다.

놀러가고 싶은 마음 꾹 누르고 이제 다시 저항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