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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오늘 MBC 라디오, 재밌네

학교에서 거의 온종일 혼자 지내게 된 이번 학기에는 유독 라디오를 많이 듣게 된다. 특히 혼자 점심을 먹을 때의 적막함이 싫어서 거의 매번 라디오를 들으며 밥을 먹는다.

나는 MBC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사실 거의 이것만 들어왔다. 국민학교 때의 "탐구생활" 방송을 듣기 위해 EBS 라디오를 잠깐 들어본 것 말고는 언제나 91.9Mhz에 주파수를 고정시키곤 했다.

라디오를 제대로(?) 듣기 시작한건 중학교 때부터 였다. 그 때는 밤 10시에 이승연이 진행하는 FM데이트를 주로 들었고, 배철수 아저씨의 음악캠프나 김현철의 밤의 디스크쇼도 가끔 듣곤 했었다. (신해철과 김현철이 모 여자 연예인에 대한 그렇고그런 얘기를 하는 바람에 방송사고가 났던 적도 그 즈음이었다. 흐흐)

고등학교 이후로 꽤 오랫동안 듣지 않던 라디오를 요즘 새로 듣기 시작하니 새로운 재미가 있다. 점심 먹을 때 즈음에 듣게 되는 정오의 희망곡이나 2시의 데이트, 집에 갈 무렵에 듣게 되는 음악캠프 등등은 홀로 지내는 처연한 예비졸업생의 가슴을 다독여주곤 한다.

진행자들도 많이 변했고, 프로그램의 성격도 변했지만 (가령 예전에 오후4시에 시작했던 "오미희의 가요응접실"은 차분했던 반면, 요즘 김원희가 진행하는 "오후의 발견"은 "깨어나십시오!"라고 외치며 활기가 넘친다) 친숙한 방송들인지라 왠지 모를 정감이 있다.

오늘은 'FM4U 패밀리데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으며 정오의 희망곡을 듣는데 정선희가 아니라 타블로 목소리가 나오더라. 알고보니 오늘 하루, DJ들이 서로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한단다. 지금은 이문세가 2시의 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색다른 재미가 있다. 확실히 텔레비전보다 라디오는 조금 더 친근하고 오붓한 분위기가 느껴지곤 했는데 이런 전방위 이벤트를 벌이니 개별 프로그램의 느낌보다 "MBS FM4U"라는 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꽤 머리 잘 쓴 이벤트같다.

예전에 팬팔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FM데이트에 소개되었던 책의 글귀를 베끼던 기억이 난다. 반 친구들의 이야기에 혹해서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밤"도 꽤 듣곤 했었지. 음악캠프를 듣다가 좋은 노래가 나오면 냉큼 녹음버튼을 누르기도 했었다. 참 오랜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악캠프를 진행하고 있던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DMB 방송이 시작된 요즘에도 라디오가 여전히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 데에는 라디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빛을 바래지 않았기 때문일게다.

저녁 먹을 때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다.
음악캠프는 누가 진행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