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코 앞에 닥쳐왔다는 핑계를 대고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었다. 눈가리고 귀막지 않는 이상 알게되는 "황우석 사태" 또한 황우석과 피디수첩이 뭔가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둘러보다가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했길래 이 지경까지 왔는지 궁금하더라. 별 수 있나. 조낸 찾아보는 수 밖에.
일단 내가 따라잡은 건 여기까지. 분명 황교수의 연구에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해보였다.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저지른 짓은 당연히 욕먹어도 싼 일이지만 그걸로 MBC없애자는건 오바라고 생각한다. 이성이고 나발이고 없는거다. 그들의 표현대로, 닥치고 애국하며 엠빠를 물리치면 온 국민이 사랑해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굴다리 밑에서 10대 때릴 분위기더라. (~빠.. 말만들기 참 쉽다. 그래서 우리말이 참 멋지단 말이지.)
암튼 뭐 대충 어제 밤에 살펴본 걸로 이 정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부지와 함께 아침을 먹다가 마침 이 뉴스가 나왔다. 울아부지, 얼리어답터이시면 머하나. 그 고요한 아침밥상머리에서 어찌나 열변을 토하시던지... 슬쩍 "그래도 황교수 연구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던건 사실이잖아요."까지만 말하고 아부지 눈치를 살폈다. 몇 마디 더 하셨는데 여전히 격하셨다. 한 마디라도 덧붙였다간 꽤나 까끌한 아침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시끄러운 침묵을 고수하다가 화제를 바꿨다.
학교 오는 길에 아부지와 내가 왜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해야하는건지, 특정 언론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야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단순하게도 세대 차이라서 그런건지...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
요즘 아부지는 뉴스가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격해지신다. 당신이 지금 하시는 일 - 즉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 - 이 잘 안풀리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리라. (오늘 아침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마음에 안드신단다. "쟤들은 지들이 천재라고 생각하는거냐? 어째 모르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오만가지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니원". 아부지! ㅜ_ㅜ)
온 나라가 황우석으로 시작해서 피디수첩으로 끝나고 있는 이 마당에 쌀비준동의안이 통과되고 한 농민이 살해되고 비정규법 개악이 수순을 밟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선거구가 조작되고 있고 한중일 정상회의는 무산되고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안내고 있다.
이 와중에 아부지는 더욱 뻐근해지신 어깨를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버티어내고 계시고 어무이는 오매불망 나와 동생의 황금빛 미래를 위해 기도하신다. 동생은 수능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나는 임용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기말고사 6과목을 치뤄야하고 그 동안에 사립학교 몇 군데에 원서도 넣어봐야한다. 또 일요일에 무슨 연극을 볼지 결정해야하고 식사는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식사와 연극과 미사를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궁리도 해봐야한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이 평온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건 매일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채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의 하루와 다른 가족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침묵 속에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설혹 그 "약발"이 떨어질라치면 얼른 또 그런 시간을 만들곤 한다.
황우석 교수와 피디수첩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글 몇 개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또 하나의 잡음만 추가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사람들은요, 말이 너무 많아요."
+ 써놓고보니, 나도 말이 너무 많았다. OTL...
+ 황교수 사태(?)에 대해 나중에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글 몇 개.
- MBC와 황우석의 마무리 수순은? / 제보자 연구원 개그(추천) via 아스피린
- 설마 : 황우석 버전 "음모론" ;) / 연구의 윤리성과 과학 보도의 문제 via 덧말제이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 시끄러운 언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곳
-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문답 / 황우석의 진짜 적은 누구인가
- 황우석 이외엔 아무도 얘기할 게 없단 말인가? / 가난한 난치병 환자에게도 희망일까
- 감상팁- 황우석과 메타과학 : 프레시안 뉴스를 주욱 읽다가 이 글 보고 뜨끔했음.
어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둘러보다가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했길래 이 지경까지 왔는지 궁금하더라. 별 수 있나. 조낸 찾아보는 수 밖에.
- 황우석 교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 발표
- 우리 나라 언론에서 지나치리만큼 화려하게 찬사
- 네이쳐에서 연구원의 난자 제공 의혹 제기
- 불법 난자 매매가 성행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
- 11월 22일 피디수첩에서 황교수측과 관련된 "4가지 의혹 종합선물세트"를 국민들 앞에 던졌음
- MBC 광고 떨어지기 시작하고 도처에서 시끄러워지기 시작
- 몰리기 시작한 피디수첩측, "사실 더 중요한건 논문이 뻥일수도 있다는거야! 같이 연구한 사람이 말해줬거든!"이라고 주장함
- 갑자기 인터넷에 찌질이와 함께 만물박사님들이 대거 출현하기 시작
- YTN, 거대 특종 하나 터트림. "피디수첩, 니네 알고보니 조낸 싸가지 없는 방식으로 취재한거라며? 그 연구원, 니네가 구워삶은거라며?"
- MBC와 피디수첩, YTN한테 제대로 한 방 먹고, 완전 넉다운. 대국민사과 발표하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광고는 또 줄어들었음. 이제는 MBC 얘기만 나오면 까칠해지는 사람들이 훨씬 더 강력해졌음.
-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부는 "니들 싸우지말고 잘 지내봐. 거기 옆에 있는 친구들도 자꾸 한 녀석만 혼내지 말고, 쫌!"이라고 말하고, 과학계도 조심스럽게 반응중
일단 내가 따라잡은 건 여기까지. 분명 황교수의 연구에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해보였다.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저지른 짓은 당연히 욕먹어도 싼 일이지만 그걸로 MBC없애자는건 오바라고 생각한다. 이성이고 나발이고 없는거다. 그들의 표현대로, 닥치고 애국하며 엠빠를 물리치면 온 국민이 사랑해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굴다리 밑에서 10대 때릴 분위기더라. (~빠.. 말만들기 참 쉽다. 그래서 우리말이 참 멋지단 말이지.)
암튼 뭐 대충 어제 밤에 살펴본 걸로 이 정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부지와 함께 아침을 먹다가 마침 이 뉴스가 나왔다. 울아부지, 얼리어답터이시면 머하나. 그 고요한 아침밥상머리에서 어찌나 열변을 토하시던지... 슬쩍 "그래도 황교수 연구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던건 사실이잖아요."까지만 말하고 아부지 눈치를 살폈다. 몇 마디 더 하셨는데 여전히 격하셨다. 한 마디라도 덧붙였다간 꽤나 까끌한 아침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시끄러운 침묵을 고수하다가 화제를 바꿨다.
학교 오는 길에 아부지와 내가 왜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해야하는건지, 특정 언론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야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단순하게도 세대 차이라서 그런건지...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
요즘 아부지는 뉴스가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격해지신다. 당신이 지금 하시는 일 - 즉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 - 이 잘 안풀리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리라. (오늘 아침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마음에 안드신단다. "쟤들은 지들이 천재라고 생각하는거냐? 어째 모르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오만가지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니원". 아부지! ㅜ_ㅜ)
온 나라가 황우석으로 시작해서 피디수첩으로 끝나고 있는 이 마당에 쌀비준동의안이 통과되고 한 농민이 살해되고 비정규법 개악이 수순을 밟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선거구가 조작되고 있고 한중일 정상회의는 무산되고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안내고 있다.
이 와중에 아부지는 더욱 뻐근해지신 어깨를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버티어내고 계시고 어무이는 오매불망 나와 동생의 황금빛 미래를 위해 기도하신다. 동생은 수능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나는 임용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기말고사 6과목을 치뤄야하고 그 동안에 사립학교 몇 군데에 원서도 넣어봐야한다. 또 일요일에 무슨 연극을 볼지 결정해야하고 식사는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식사와 연극과 미사를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궁리도 해봐야한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이 평온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건 매일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채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의 하루와 다른 가족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침묵 속에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설혹 그 "약발"이 떨어질라치면 얼른 또 그런 시간을 만들곤 한다.
황우석 교수와 피디수첩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글 몇 개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또 하나의 잡음만 추가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사람들은요, 말이 너무 많아요."
+ 써놓고보니, 나도 말이 너무 많았다. OTL...
+ 황교수 사태(?)에 대해 나중에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글 몇 개.
- MBC와 황우석의 마무리 수순은? / 제보자 연구원 개그(추천) via 아스피린
- 설마 : 황우석 버전 "음모론" ;) / 연구의 윤리성과 과학 보도의 문제 via 덧말제이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 시끄러운 언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곳
-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문답 / 황우석의 진짜 적은 누구인가
- 황우석 이외엔 아무도 얘기할 게 없단 말인가? / 가난한 난치병 환자에게도 희망일까
- 감상팁- 황우석과 메타과학 : 프레시안 뉴스를 주욱 읽다가 이 글 보고 뜨끔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