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어쩌다 황교수 얘기가 나왔다. 아부지는 예전의 그 열변을 토하셨고, 이번에는 나도 꽤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외출하고 다녀오신 아부지, 저녁식사 후 2차 토론을 시작하셨다.
그 와중에 피디수첩이 방송됐다. 아부지와 나는 "일단 저거 보고 얘기하자"라고 합의(?)하고 끝까지 지켜봤다. 보는 내내 아부지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피디수첩 보도가 끝나고 다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뉴스가 방송되더라. 노성일 아저씨가 "줄기세포 없었어요"라고 했다. 순간 벙쪘지만 아부지, 괘념치 않으시고 일관되게 강렬히 열변을 토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무이 왈, "누가 들으면 싸우는줄 알겠네"
하지만 우리 부자는 진심으로 서로의 의견을 격하게 이야기했고, 아부지도 나도 이런 자리를 가졌다는 것에 흡족해 했다. (외출 후 돌아오신 아부지는 웃으시며 "자, 2라운드 시작해볼까?"라고 말씀하셨고, 소파에 누우신 어무이께 "당신도 뭐 얘기 좀 하려면 일단 저거부터 봐바. 뭘 알아야 얘길하지."라고 하셨으니까.)
뉴스가 끝나고 심야토론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부지와 나는 평행선을 달렸다. 아부지는 때때로 심각하게 인상을 쓰시며 "그건 위험한 생각이다." 라는 논조로 소위 말하는 '빨갱이' 이야기까지 하셨다. 국익을 위해 조용히 처리해야할 일도 있다는 아부지께 나는 끝까지 그래도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지 않느냐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외쳐댔다.
이야기는 당연히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리곤 사학법 개정에 대한 100분 토론이 시작되더라. 아부지의 제안으로 그 시간(새벽 1시반이 넘은 시각;;)에 라면 하나를 끓여서 나눠먹었다. 내가 라면을 끓였고, 저녁 먹은 것과 라면 먹은 그릇은 아부지께서 설거지하셨다.
100분 토론을 끝까지 보고 3시가 가까워올 무렵, 아부지는 주무시러 들어가셨고, 나는 컴퓨터를 켰다.
남이 봤으면 어디 감히 아버지에게 얼굴 뻘개져서 언성을 높이냐며 막돼먹은 녀석이라고 욕을 먹었겠지만 울아부지, 잘 참으시고 하나하나 조목조목 이야기하셨다. 우리 아부지의 솟아오르는 핏대를 보면서 나는 한결같이 고루한 '어르신네'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나보다 세상을 훨씬 더 오래 사셨고, 몸소 체험하신 분의 다른 생각을 생생하게 듣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이번 일을 보면서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어쨌든 엄청나게 큰 발언이 터졌고 황우석 교수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해지고 있다. 오늘 아부지와 대화하면서 넘지 못할 벽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나와 아부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온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야 오죽할까 싶었다. 황우석 교수님이었든 MBC의 피디수첩이었든 반대쪽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일까. 이젠 "설마 이것도 반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알고보니 줄기세포 존재!" 이런 것...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그리고 이제 나는 "학생"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막에서 벗어나 이 무서운 곳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꾸려나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아부지처럼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줄 줄 아는" 어른들이 더 많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나와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진중하게 귀기울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너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건 분명 좋은 면도 있지.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는거야"라던 우리 아부지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훗날 내 아들 녀석과 이런 자리가 생기게 되었을 때, 이런 "국가적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문제로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은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는 어찌되었든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믿고 싶다.
+ 오늘 내 동생 녀석의 수능 성적표가 나온다. 가톨릭 사제가 되겠다는 녀석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가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녀석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피디수첩이 방송됐다. 아부지와 나는 "일단 저거 보고 얘기하자"라고 합의(?)하고 끝까지 지켜봤다. 보는 내내 아부지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피디수첩 보도가 끝나고 다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뉴스가 방송되더라. 노성일 아저씨가 "줄기세포 없었어요"라고 했다. 순간 벙쪘지만 아부지, 괘념치 않으시고 일관되게 강렬히 열변을 토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무이 왈, "누가 들으면 싸우는줄 알겠네"
하지만 우리 부자는 진심으로 서로의 의견을 격하게 이야기했고, 아부지도 나도 이런 자리를 가졌다는 것에 흡족해 했다. (외출 후 돌아오신 아부지는 웃으시며 "자, 2라운드 시작해볼까?"라고 말씀하셨고, 소파에 누우신 어무이께 "당신도 뭐 얘기 좀 하려면 일단 저거부터 봐바. 뭘 알아야 얘길하지."라고 하셨으니까.)
뉴스가 끝나고 심야토론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부지와 나는 평행선을 달렸다. 아부지는 때때로 심각하게 인상을 쓰시며 "그건 위험한 생각이다." 라는 논조로 소위 말하는 '빨갱이' 이야기까지 하셨다. 국익을 위해 조용히 처리해야할 일도 있다는 아부지께 나는 끝까지 그래도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지 않느냐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외쳐댔다.
이야기는 당연히 결론이 나지 않았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리곤 사학법 개정에 대한 100분 토론이 시작되더라. 아부지의 제안으로 그 시간(새벽 1시반이 넘은 시각;;)에 라면 하나를 끓여서 나눠먹었다. 내가 라면을 끓였고, 저녁 먹은 것과 라면 먹은 그릇은 아부지께서 설거지하셨다.
100분 토론을 끝까지 보고 3시가 가까워올 무렵, 아부지는 주무시러 들어가셨고, 나는 컴퓨터를 켰다.
남이 봤으면 어디 감히 아버지에게 얼굴 뻘개져서 언성을 높이냐며 막돼먹은 녀석이라고 욕을 먹었겠지만 울아부지, 잘 참으시고 하나하나 조목조목 이야기하셨다. 우리 아부지의 솟아오르는 핏대를 보면서 나는 한결같이 고루한 '어르신네'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나보다 세상을 훨씬 더 오래 사셨고, 몸소 체험하신 분의 다른 생각을 생생하게 듣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로에 대한 배려... 이번 일을 보면서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어쨌든 엄청나게 큰 발언이 터졌고 황우석 교수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해지고 있다. 오늘 아부지와 대화하면서 넘지 못할 벽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나와 아부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온 나라 사람들의 생각이야 오죽할까 싶었다. 황우석 교수님이었든 MBC의 피디수첩이었든 반대쪽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일까. 이젠 "설마 이것도 반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알고보니 줄기세포 존재!" 이런 것...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그리고 이제 나는 "학생"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막에서 벗어나 이 무서운 곳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꾸려나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아부지처럼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줄 줄 아는" 어른들이 더 많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나와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진중하게 귀기울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너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건 분명 좋은 면도 있지.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는거야"라던 우리 아부지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훗날 내 아들 녀석과 이런 자리가 생기게 되었을 때, 이런 "국가적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문제로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은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는 어찌되었든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믿고 싶다.
+ 오늘 내 동생 녀석의 수능 성적표가 나온다. 가톨릭 사제가 되겠다는 녀석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가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녀석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