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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귀여니에 대한 불공평한 비난

명심해.
하루만에 당신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
다음날 또 다른 사랑에 빠질수 있다는 걸.
- 귀여니, [명심해]


이게 요즘 한창 시끄러운 바로 그 "귀여니가 쓴 시"이다. 이게 시냐고, 이런건 나도 쓸 수 있다고 온 천지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확실히 인터넷 댓글에 달린 짧은 시(!) 중 몇 편은 가히 시성(詩聖)의 반열에 오를만한 것도 있다. 어쨌든 다음의 시를 일단 먼저 보시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사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
나를 제일 많이 아는 사람
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
- 원태연, [그 사람]


귀여니가 시라고 한 글을 보고 "이것도 시냐?"라던 이들은 원태연의 시를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 제 돈 들여서 찍어내는 시집과 소설책도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점에 한 번 가보시라.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무수히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귀여니 책은 출판사에서 "어쨌든 팔리니까" 내놓은 것 아니겠나.

그냥 좀 내비뒀으면 좋겠다. 그게 시든 아니든, 어차피 문학이란 작품이 말해준다. "이것도 시냐?"라고 키보드 앞에서 열올릴 시간에 서점에 가서 좋은 시집 한 권부터 사다 읽기를 바란다. 정말 "좋은 시"를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귀여니에 열올릴 필요가 없다. 아무리 내가 귀여니를 싫어해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시집을 살 것이다. 우리는 귀여니나 출판사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 그런 시집을 잘 사주는 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안목을 이야기해야 한다.

나에겐 원태연이나 귀여니나, 글 써서 돈 버는 건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