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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엄마손이 약손

지난 주말, 친구의 "취직턱"을 거하게 얻어먹고선 병이 나고 말았다. 대보름 전날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말을 믿은 우리들은 내일 모레면 서른인 주제에 고딩들처럼 밤을 새며 놀았다. 어쨌든 그 결과, 나는 병이 나고 말았다.

배가 묵직~하더니만 계속 답답하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 듯하여 오늘은 아예 한의원에 다녀왔다. 침도 후두두둑~ 맞고, 배 여기저기에 부황도 뜨고 전기안마(?)도 받고 왔더니 한결 편해졌다. 대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더라. 속이 놀래긴 놀랬나보다.

그리하야 올해에도 초코렛 하나 없이 방에 누워 슬픈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어찌된 영문인지 뉴스에서도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구나. 마치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 값싼 동정을 애써 포장하며 말하던 앵커는 다음과 같은 멘트로 기어이 내 고막을 찢었다.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는 이제 사랑을 고백하려는 젊은이들의... (후략)"

아들내미 병났다고 한의원에 예약도 해주신 어무이는 오후에 살살 내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둥글게, 둥글게, 어무이의 손이 내 배를 한 바퀴 쓰다듬어 갈 때마다 나쁜 기운이 한 웅큼씩 뽑혀나가는 기분이다.

내일 모레면 대학교도 졸업하는데 아직 어무이의 손에서 졸업하지 못하는걸 보면 울엄마손이 약손이긴 약손인갑다. 그러고보니 올해엔 사랑한다며 초코렛을 건네준 사람도 울엄마 뿐이었구나..

+ 여러분, 내 더위 사세요!~ (허를 찌르는 더위팔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