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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아름다운 마술



오늘 기말고사가 끝났다. 내일 수업시간에 녀석들은 늘 그랬듯이 "설마 수업하시려는건가요?!", "선생님이 처음이시라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원래 시험 다음 날은 수업안하는 거에요! (...이 멘트에 관련된 이야기는 따로 한 번;;;;)", "토나와요!" 등등을 외치며 온몸으로 수업을 거부할 게 눈에 선하다.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세상엔 참 좋은 분들이 많다)을 하나 구해놓긴 했는데 방학식을 앞두고 지금보다 더 큰 아노미 현상이 펼쳐질 때를 대비하여;; 아껴두기로 했다. 대신 "시나리오" 단원을 공부하게 됐으니 몇 가지 그림자료와 시청각자료를 같이 보기로 했다.

[오발탄]은 상영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내 게으름의 소산으로 영화를 같이 보긴 힘들고 KBS 단편영화관의 짤막한 소개화면을 골라봤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반란을 꿈꾼다]라는 제목으로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KBS의 "학교" 3탄의 제1화 극본이 실려있는데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를 찾았다. (500원을 투자해야하긴 하지만. ^^a)

인터넷을 좀 기웃거리다 이 마술 동영상을 발견했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내일은 이 동영상을 먼저 보여줘야겠다. 시험 때문에 날카롭게 곤두섰던 아이들의 신경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저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야할지, 문학과 함께 엮어읽기 위해서 어떤 도움말을 해주어야할지 고민해볼 차례다. 지난 학기 몇 번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칙칙한 장맛비가 촉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