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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암울했던 중간고사

뻔하고 뻔한 문제를 비집고, 기출 문제와 시중 참고서의 문제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지 않은 문제를 만든다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썼다가 고치기를 수십번, 인쇄했다가 고치기를 몇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인쇄한걸 보니 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포장까지 마친 문제지를 다 뜯어서 다시 포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 첫 날, 편집 실수가 여러 개 발견되었고 나는 얼굴이 노래져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날, 3학년 과목에서 내가 낸 문제 하나가 중복 답을 인정해야할 상황이 벌어졌고, 지금 그 뒷처리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올해 내가 맡은 두 과목에서 모두 이런 일이 생긴걸 보면 뭔가 좋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혼자 속으로 '이래저래 집안 일에 신경쓰다가 이렇게 된 걸꺼야'라고 위안해 보지만 결국 집안 일은 집안 일이고, 학교 일은 학교 일 아닌가. 나 하나 실수해서 욕먹는건 둘째치고라도 나로 인해 다른 선생님들까지 마음이 불편해야 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마음이 괴롭기만 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지만 하필 이런 때, 이런 실수라니 나도 참 어이가 없다. 학생들에게도 미안하고, 선생님들께도 미안하고... 괜찮다며 위로해주신 선생님들 보기 민망해서라도 힘내서 하고 있는 척 하고 있는데 결재받을 일을 생각하니 심장이 쿵쾅거릴 뿐.

기말고사는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기말고사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낙인찍히게 되진 않을까 심히 두렵기도 하고,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서 실망감도 크다. 결국 중요한건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해보니 나도 참 소심한 인간인 것 같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