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유

나는야 밤을 사랑해! 나는 밤을 사랑한다. 한밤중의 고요와 새벽 어스름의 고즈넉함을 좋아하고, 가끔 먹게되는 야식의 향미와 기지개 한 번과 함께 내뱉는 담배 연기 한 모금을 즐긴다. 이번 주는 중간 고사 기간인지라 더더욱 밤을 사랑해주고 있는데, 나도 올빼미의 탈을 쓴 인간인지라 24시간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샐 수는 없다. 나에겐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하루를 바삐 보낼 수 있음에 감사드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벌써 10달이 지난 2004년의 달력을 들여다보노라면 짧은 하루하루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부산한 낮을 보낸 후에 맞이하는 고요한 밤은 달콤한 휴식이자 위안의 시간이다. 조용하게 몰두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가질 수 있으며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의 결을 추스려볼 수도 있다. 밤을 사랑한다고 해서 잠을 사..
달밤... 그 여유로움.... 달 밤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날 밤이었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웃마을 김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 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