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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내 컴퓨터, 맥으로 변신 완료!

내가 '컴퓨터'라는 물건을 처음 만져본 것은 유치원 때의 일이다. 당시 아부지께서 사용하시던 "APPLE ][" 로 Lode Runner나 Moon Patrol 따위의 오락을 하는게 전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문집을 만든답시고 컴퓨터 이 곳 저 곳을 건드리기 시작했을 때는 IBM AT 가 한참 인기를 끌던 때였다. 그 후로 메모리 16메가 짜리 486컴퓨터를 꽤 오래 쓰다가 작년 즈음엔 펜티엄4 3.0Ghz의 최신형을 샀다.

아부지께서는 컴퓨터와 별 관련없는 일을 하시지만 컴퓨터라든가, 전자제품에는 꽤 관심이 많으셔서, 당신 양복은 안사시더라도 늘 최신 기종이 나오면 앞서 장만하시곤 하셨다. 그 뒷배경에 "아들내미한테는 이것만이라도 부족함없이 해주고 싶다"는 남모를 애정이 깔려있음을 나는 몇 년 전에서야 어렴풋이 깨달았지만...

어쨌든 숱한 컴퓨터를 만져봤지만 내 기억속의 매킨토시는 Apple ][ 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동안에야 친구들하고 오락게임 주고받으려면 당연히 MS-DOS가 깔려있어야 했기 때문에 (간혹 '난파'같은 "주력 게임"은 일본 도스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_^a ) 매킨토시는 머리 속에서 잠시 사라져 있었다.

최근에 이런 저런 블로그를 둘러보고, 재미난 사이트를 구경하면서 문득, "나도 매킨토시를 한 번 사용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산지 얼마안된 최신형 컴퓨터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졸업 뒤의 진로도 결정되지 않은 마당에 수백만원씩 하는 컴퓨터를 살만한 금전적,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문득 예전에 잠시 리눅스를 깔아놓고선 Virtual PC로 윈도를 에뮬레이팅했던 기억이 났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보니...

오호라! Pear PC라는 윈도용 맥 에뮬레이터가 있었다!

당장 받아서 설치하고, "그래, 난 맥이 어떻게 생겼는지 [잠깐 구경만] 하고 지울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OS X Tiger 설치 이미지를 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완료! 한 입 베어문 사과가 내 모니터에 살포시 나타났을 때의 기대감이란! 하지만 기대도 잠시... Pear PC Forum에서 말한대로 1:15의 속도비는 군생활 이후 최고의 인내심을 발휘케 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구경이나 한 번 제대로 해보지머;'

순진한 생각이었다. 지금 나는 USB를 통해 네스팟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Pear PC의 가상 인터넷 카드와 맞질 않았다. 사파리고 뭐고 당최 뭐라도 건드려볼 맛이 안났다.

깔끔한 화면과 광고에서만 보던 대쉬보드를 한 번 만져봤다는데에 만족하기에는 그 동안 들인 공이 너무 아쉬웠다.

결국 "그래... 껍데기라도 매킨토시로 만들어 봐야겠다. 아쉬우나마 기분이나 한 번 내지뭐"라고 생각한 나는 곧 온갖 사이트를 뒤져가며 몇 가지 쓸만한 유틸리티를 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