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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지금 내 바탕화면은?

자체 검열하여 엄선한 캡쳐임;


사실 '뽀얀 살결을 자랑하는 므훗한 자태의 여인네'를 바탕화면으로 하고 싶지만 식구들의 눈총을 피할 길이 없어 포기한지 오래다.

Nicolas Maes의 "Christ blessing the child"이다. 이 그림은 작년 여름, 내 평생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갔을 때 런던 국립 미술관에서 본 그림이다.
작년 여름, 복학 첫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보다는 졸업에 대한 부담이 더 거대하게 다가왔던 그 때. 나는 친구와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났다. 이 때가 아니면 마음 편히 해외여행을 할 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잠시나마 이 피끓는 청춘을 조금 놓아주고 싶었던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
본격적인 여행이 막 시작될 무렵, 런던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에 갔다. 미술책으로만 보던 그림이 눈 앞에 펼쳐지는 일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그런데 다 빈치의 성 모자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을 마주치던 그 때, 나는 친구 몰래 눈물을 닦아야 했다.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그 분의 크신 사랑"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 것 같진 않다. 저 그림은 크기가 꽤 큰데다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인물의 표정을 주름 하나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아이의 손에 들린 사과가 참 맛있어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예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 파일은 그 때 그 표정을 충실히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눈빛, 그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또한 아이의 머리 위에 얹혀진 그 손. 거친 피부와 달리 따뜻한 사랑과 세심한 배려가 담뿍 느껴지던 그 손. 그 앞에서 나는 가슴 밑바닥을 치받쳐 오르는 그 무엇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결론은 한동안 저 그림이 내 바탕화면이었다는 것이다;;;;

둠3나 스타워즈 게임을 하면서 캡쳐한 것들을 바탕화면으로 쓰기도 했지만 역시나 예쁜 그림이 제일 무난한 것 같다. 한동안 오래 쓰던 바탕화면들...

어디선가 업어온 눈 아픈 그림

노코멘트

후배 홈피에서 업어왔음




지금의 내 바탕화면. Flight Simulator 2004에 한국 도시 풍경을 설치하고 불꽃놀이 패치도 깔아놓고 서울 상공을 한 번 날았다. (설치 와중에 뭘 잘못했는지 63빌딩 2개;;)

남들은 애인이랑 손잡고 오손도손 사이좋게 "저 폭죽은 자기 폭죽, 이 폭죽은 내 폭죽~" 어쩌고 하면서 구경했다는 서울 불꽃놀이 축제를 나는 집에서 혼자 봤다. 그것도 한 손에는 담배 한 대, 한 손에는 마우스 들고 선풍기 탈탈 거리는 와중에 네모난 화면으로 겨우겨우. ㅜ_ㅜ

서러워서 바탕화면으로 깔아놨다.


언젠가는 나도 애인이랑 손잡고 두 눈으로 똑똑히 봐주겠다!! 허이짜!


+ 트랙백 보낸 곳 : 지금 어떤 바탕화면 쓰시나요 by Lunam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