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중학교 때 "네트워크 플레이"라는걸 처음 해본 게임이기도 했고,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도 꼭 밤에 그것도 불을 끄고 게임을 하곤 했던 기억도 있다.
얼마전, 극악의 사양을 요구하는 Doom3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난 참으로 오랜만에 아련한 향수와 함께 또 한 번의 극렬한 마초신경자극을 맛볼 수 있었다.
트레일러와 스크린샷 몇 장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게임의 그 맛깔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둠은 공포스러운 게임이지만 단순히 괴물 몇 마리가 날뛰기 때문에 무서운 게임은 아니다.
이런 괴물의 등장이 둠이 가져다주는 공포의 전부가 아니다
에일리언 이래로 숱한 SF공포영화들에서 "외계 생명체"나 "유전자 변이 괴물"은 단골 소재였다. 영화 Doom 역시 그 선에서 그친다면 둠만이 가지는 "기분나쁘게 섬뜩한 공포"를 전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둠의 참 맛 -_-b
게임 Doom이 자아내는 공포는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점점 "괴물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는 데에 있다. 그것들은 악마다. id Software 직원들의 사상이 의심될만큼 둠은 애초부터 그런 악마성을 줄기차게 드러내고 있다.
음산하고 침침한 곳에 몇 개의 초가 놓여져있는 상황. 그 옆에 요런 것들이 그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바로 게임 Doom이다.
이런 장면들은 Doom 1에서부터 한결같이 등장하는 것들이다. 괴물들이 인간을 찢어발긴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극악한 느낌을 주는데 거기에 알 수 없는 악마 숭배 의식들이 첨가되면 상상하기도 싫은 느낌의 공포가 다가온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과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일단 공식 사이트에 보이는 몇 장면들로 억측해보자면 영화 둠은 레지던트 이블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알고보면 엄청 단순한 스토리의 게임인 Doom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FPS게임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과 함께 말초 신경을 무수히 자극하는 "표현"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인간 내면의 가장 포악한 그 어떤 지점을 둠이 건드려주기 때문이다.
올해 말쯤이면 개봉이 된다고 하니 지켜봐야겠다. 게임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과연 유니버설 픽쳐스가 전세계의 수많은 "둠가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사실 게임은 게임끼리 통해야 재미가 있지 않나 싶다. 요렇게...
제다이가 되어 양날광선검을 휘두르는 둠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