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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엄마를 닮은 꽃, 로빙화


로빙화.魯氷花

아주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인데
꽃이 시들면 그 걸 거름으로 쓴대요
차를 기르는 농부들이
차밭에 로빙화를 심고나서
금방 시들고 나면
그 꽃을 그대로 땅에 묻어서
차를 잘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게 한대요
죽어서도 좋은 향기를
전해주는 거죠.



예전에 누군가 참 슬픈 영화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펑펑 울고 싶은 날이면 늘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봤다.

아명은 늘 그림 때문에 아버지께 혼이 나곤 한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장난꾸러기이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아명은 착한 누나 치매와 차밭을 일구는 아버지와 함께 산다. 어머니는 간이 안좋아서 돌아가셨다. 시골학교에 새로 온 미술 선생님은 아명의 재능을 알아본다. 하지만 곽선생님은 마을 유지인 지홍의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교사들과의 갈등 때문에 학교를 떠난다. 아명은 병에 걸려 죽는다. 곽선생이 국제대회에 출품한 아명의 작품은 대상을 받지만 이미 아명은 이 세상에 없다.

이게 이 영화의 스토리 전부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영화는 아름답지만 우리들의 추한 꼴을 여실히 보여준다. 날카롭게 가슴을 후비는 거친 열변을 토해내기도 하지만 아스라히 가슴을 쓸어주는 아늑함을 가진 영화다.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21세기의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음은 "인간다움"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곽 선생님은 아명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어른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른의 잣대에 맞추어 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교사 밖에 없다. 교사들이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면 학교는 이념의 체득장이자 악의 재사회화 과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관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우리 나라에 많이 계실 것이리라 믿는다. 믿고 싶다. 믿어야 한다...

그야말로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안그래도 울고 싶던 참에 아주 그냥 소리내어서 펑펑 울어버렸다. 아명도, 치매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곽선생님도, 소 키우던 아저씨도, 그리고... 나도... 모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울컥 밀려왔다.

로빙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혹 주위 사람 중에 "아이들은 아이다운게 좋다"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나, "아이들은 무조건 어른이 하라는대로 배워야지"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이 영화를 함께 보기 바란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항상 같을 것이다.

"로빙화, 참 좋은 영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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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한다는 걸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 불러요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한다는 걸
어린 매미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 불러요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 지고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 걸 알게 되는데
젊은 시절 어느덧 다 가 버리고 검은머리 백발로 변했지만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하늘위의 별은 말이 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하늘위의 별은 깜박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 있네요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아~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