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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우리말에 대한 강박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 문법이니 문학이니 하는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다. 특히나 문법은 국어학보다 국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꽤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과목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 인터넷에서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글들을 보면 부쩍 속이 상한다. 그 날따라 공부를 열심히 한 날이면 화가 날 때도 있다.

ㅋㅋ나 ㅎㅎ, 하셈~ 즐~ 등등의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말들이나 온갖 요상한 모양의 글자나 표현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 나도 그런 것들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대부분 그런 표현이 들어있는 부분은 진중한 어투가 아니거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글에서는 온갖 일본 어투와 일본식 표현이 난무하지만 그런 글들은 그 공간 안에서 자신들만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니 일단 접어둔다. (사실은 내가 제대로 의미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나를 화나게 하는건 "짐짓 점잖은 척 하는 글"이다. 논술 공부에 참고자료로 써도 될 법한 글, 나름대로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히는 글, 자신의 견해를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장식하는 글, 맞춤법에 예민하고 우리말 표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듯한 글, 그런 글들에서 잘못된 표현을 발견할 때, 나는 참 화가 난다. TV에 나오는 이름 좀 알려졌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예의는 아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런 말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한 점수를 확 깎아버린다. 연예인들의 말실수야 그러려니...한다고 쳐도 그 사람들은 명색이 "전문가" 아닌가. 온갖 아는 척은 다하고, 온갖 점잖은 척을 다하면서 말투는 영 아니올씨다인 경우가 많다. 짜증이 밀려올 뿐이다.

언뜻 생각나는 꼴불견 표현들은 다음과 같다.

1. ~ 되어 진다.
'~생각되어진다'라는 말은 우리말 어법이 아니다. TV에 나오는 유명인사들도 이런 말을 한다. "올빼미는 실제로 보면 꽃미남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보여지게 된다"와 같은 표현들. 우리말에서는사물에 대한 피동 표현이 어색하다. 이게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서 아쉽다.
그냥 '~생각한다'라고 하면 된다.

2. 가장 ~한 것 중의 하나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 우리말에서 "최고"라고 하면 단수의 의미를 가진다.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니?"라고 물으면 수많은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하나를 골라서 대답하게 된다. 하지만 "냉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저 산은 참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저 산은 가장 아름다운 산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3. 압존법 무시
우리말은 경어가 발달된 언어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대화에서 언급되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그 어법이 달라지는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학교에서도 배우고, 군대에서도 갈굼당하는 것 중의 하나다.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것 같다.

"알지만 실수한 것"과 "모르면서 계속 사용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게시판에서 사소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리면 리플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DC에서는 그런 글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고 놀림감을 만들기도 한다.

우스운 것은 맞춤법에 예민한 척, 자신의 글은 참 번듯한 척 하는 글에서 우리말답지 못한 표현들을 찾아내기 쉽다는 점이다.

요즘 같아선 내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잭 니콜슨이라도 된 기분이다. 휴우...


+ 예전부터 궁금했던 표현 몇 가지. 아는 분들은 설명 좀 해주세요.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 '자주 봤지만 알 수 없는 표현들'입니다.
- 네타. 스포일러랑 같은건가요?
- 의미불명. 이건 어디에서 나온걸까요? -_-a
- 모에. 이건 진짜 도저히 유추가 안돼요~ ㅜ_ㅜ
- 아스트랄. 이건 또 뭘까요.. 어려워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