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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100,000 히트 기념] 블로그 중간 결산

제가 "블로그"라는 말을 처음 접한건 군대에서 본 "PC사랑"을 통해서 였습니다. 99년 즈음에 학교 과제를 핑계로 조그마한 홈페이지를 꾸려가고 있던 제게 블로그라는건 참 재미난 흥미거리였어요.

2003년 겨울, 말년 휴가를 나와서 처음으로 ZOG를 설치했습니다. 예전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던 제로보드와 연동하기 쉽고 사용하기도 편하다고 해서 저의 첫 블로깅툴로 사용했죠. ZOG는 설치도 간단하고 사용하기도 편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통한 모블로깅을 지원하기도 했구요.

전역을 하고도 한동안은 ZOG를 사용했습니다. 블로그코리아를 알게 된 것도 그 때 즈음이었고, 블코 서버가 날아가버린 후로 올블로그라는게 생기는걸 보고 RSS 등록도 했구요. 블로그라는거, 알수록 재미나는 것이더군요.

2004년 6월 1일. 정든 ZOG를 떠나 태터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뭘 잘못 건드렸는지 데이터가 꼬였고 결국 해결하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태터툴즈의 "다양하고 쉽게 바꿀 수 있는 스킨"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댓글도 꽤 달리기 시작하고, 트랙백도 몇 방 날리면서 한창 블로깅에 맛들어있을 무렵, 제 계정이 사라져버렸습니다. 80포트의 무료 계정 서비스를 받고 있었는데 계정 심사 메일을 받지 못했거든요. 그 과정이야 지금 생각해도 미스테리입니다만 어쨌든 99년 이후,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몽창 날렸습니다. (그나마 중간에 태터 백업 한 번 받아놓은게 있어서 다행이긴 했죠.)

쓰린 눈물을 삼키며 이글루스에 새 둥지를 틀 무렵, 골빈해커님이 후광을 등에 업고 구세주처럼 등장하시어 "golbin.net으로 오세요. 조건은 꾸준히 블로그 운영하시는걸로 족합니다."라고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아... 그 때의 감동이란~! ㅜ_ㅜ

그 후로 오늘까지 이 곳, wabang.golbin.net에서 올빼미는 따뜻한 둥지와 함께 즐거운 블로깅을 즐기고 있습니다. 대충 따져보니 이 곳에 십만 명이 다녀가시는데 약 일 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네요. ^^

댓글이 하나도 안달려서 속상해하던 적도 있고, 어떤 날은 뜻하지 않게 너무 많이 달려서 쪽팔렸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의 기록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참 좋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안부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분들을 알게 되어서 더 즐겁습니다.

2004년 6월 1일부터 2005년 12월 30일 금요일 오전 12시 50분까지 올빼미의 둥지에 관한 여러 가지 통계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 제 발자욱을 뒤돌아본다는건 마치 옛 애인과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를 다시 꺼내 보는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