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참으로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매일 샤워를 하기 때문에' 한동안 때목욕을 하지 않았던 나는 떡진 머리결을 풀어헤치고,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벗겨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껍질이 벗겨지도록 박박 밀어내서 아기 속살이 되고 싶었다. 한적한 일요일 아침, 우리 동네 목욕탕을 가면서도 나는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능시험 이후로 훈련소에서 약간의 증감을 겪은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전혀 변화가 없는 내 몸무게를 확인하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쑥탕, 옥탕, 한약탕 등 온갖 화려한 탕이 즐비했던 예전 살던 곳의 목욕탕과 달리 이 곳은 단촐하다. 따뜻한 물과 찬물, 뜨거운 물이 고만고만한 크기에 담겨져 있을뿐.
두피에 들러붙어 하염없이 끈적이던 머리카락이 물에 살짝 잠길 무렵, 며칠 전 잠이 덜 깬 상태로 욕실에 갔다가 미끄러져서 멍이 들었던 왼쪽 네번째 발가락에서부터 찌르르한 느낌이 왔다. 곧 그 느낌은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 피부를 따꼼따꼼 자극하더니 내 빈 가슴을 따스한 기운으로 슬금슬금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른한 기운에 잠깐 눈을 붙이고 나와서 곧 임무(!)에 충실했다. 까칠까칠한 때수건을 손에 끼고, 있는 힘껏 내 몸을 문질렀다. 아! 이 얼마만인가. 내 피부와 때수건 사이에서 마찰력을 줄여주고 있는 저 무수한 털들의 존재를 느껴본 것이. 예나 지금이나 털들의 저항을 무시하고 억지로 문지르다보면 때는 잘 벗겨지지도 않고, 그나마 나온 때도 털과 엉겨붙어 말라죽은 개미처럼 되어버린다. 그래... 한동안 이 털들을 이렇게 자세히 느껴보지도 않았더랬지..
목욕탕을 나서면서 진실로 피가 도는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발그레한 얼굴에 와닿는 선선한 바람은 내 몸과 내 피가 뜨겁게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나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속을 썩히고 있는 동안에도 내 몸은 이렇게 자라왔고, 또 자라고 있었다.
미친듯이 게으름을 피웠던 나는 문득 내 심장을 대할 낯이 없었다. 내가 엄마 뱃속을 박차고 나오기 이전부터 뛰고 있던 심장은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맥동하는 내 심장을 온전히 느껴봐야겠다.
수능시험 이후로 훈련소에서 약간의 증감을 겪은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전혀 변화가 없는 내 몸무게를 확인하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쑥탕, 옥탕, 한약탕 등 온갖 화려한 탕이 즐비했던 예전 살던 곳의 목욕탕과 달리 이 곳은 단촐하다. 따뜻한 물과 찬물, 뜨거운 물이 고만고만한 크기에 담겨져 있을뿐.
두피에 들러붙어 하염없이 끈적이던 머리카락이 물에 살짝 잠길 무렵, 며칠 전 잠이 덜 깬 상태로 욕실에 갔다가 미끄러져서 멍이 들었던 왼쪽 네번째 발가락에서부터 찌르르한 느낌이 왔다. 곧 그 느낌은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 피부를 따꼼따꼼 자극하더니 내 빈 가슴을 따스한 기운으로 슬금슬금 채워가기 시작했다.
나른한 기운에 잠깐 눈을 붙이고 나와서 곧 임무(!)에 충실했다. 까칠까칠한 때수건을 손에 끼고, 있는 힘껏 내 몸을 문질렀다. 아! 이 얼마만인가. 내 피부와 때수건 사이에서 마찰력을 줄여주고 있는 저 무수한 털들의 존재를 느껴본 것이. 예나 지금이나 털들의 저항을 무시하고 억지로 문지르다보면 때는 잘 벗겨지지도 않고, 그나마 나온 때도 털과 엉겨붙어 말라죽은 개미처럼 되어버린다. 그래... 한동안 이 털들을 이렇게 자세히 느껴보지도 않았더랬지..
목욕탕을 나서면서 진실로 피가 도는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발그레한 얼굴에 와닿는 선선한 바람은 내 몸과 내 피가 뜨겁게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나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속을 썩히고 있는 동안에도 내 몸은 이렇게 자라왔고, 또 자라고 있었다.
미친듯이 게으름을 피웠던 나는 문득 내 심장을 대할 낯이 없었다. 내가 엄마 뱃속을 박차고 나오기 이전부터 뛰고 있던 심장은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맥동하는 내 심장을 온전히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