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러 가고 있는데 눈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눈송이는 점점 커져갔고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가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동네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참 자주 놀던 곳이었는데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벤치가 없어져서 아쉬워하는 그런 공원입니다. 그녀가 눈사람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고쳐두르고 눈을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낑낑대며 완성했습니다. 우리가 옆으로 눈덩이를 굴리고 가는 바람에, 키스를 하다 깜짝 놀라던 커플도 눈사람을 완성시키더군요. 나는 내 핸드폰으로 눈사람을 찍고 "눈자식"이라고 저장했습니다. 그녀는 "우리아이"라고 저장했습니다.
애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허리도 아프고 손도 시렸지만 흐뭇했습니다. 사진으론 잘 보이지 않는데 저 아이의 해맑은 표정을 좀 보셔요. 시선을 조금 내려서 풍만한 몸매도 살펴봐주세요. B컵 이상 만드느라 눈 좀 많이 썼습니다.
새벽에 집 앞도 좀 쓸고나서 잠을 청했습니다. 조금 피곤했지만 많이 즐거웠어요.
군대 있을 때, 다시는 눈이랑 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즐겁게 놀게 되다니...
그래서 눈은
겨울에만 내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