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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여친소] 네 여자 친구, 소개받기 싫거든?! 응?!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여친소) * 전지현을 위한,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의 영화 ★★





감독 : 곽재용 / 주연 : 전지현, 장혁
http://www.yeochinso.com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여친소"를 봤다. 그런데 곽재용 감독이 날 울렸다. 엊그제 개봉한 따뜻한 영화이자, 우리 이쁜 지현씨가 나온다는 이유로 "여친소"를 골랐으나 [클래식]의 "살짝 유치뽕한 예쁜 그림"도, [엽기적인 그녀]의 "독특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도 [여친소]에선 너무 무리한 반복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하잖소!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최소한의 개연성은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환타지 영화도 아닌 연애 영화의 경우, 관객들이 얼마나 실감나게 스토리를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친소]를 보는 내내,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장혁을 보라. 학교 선생같은가? 장혁은 이제 막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새내기 교사다. 아무리 요즘 학교 분위기가 자유스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자 친구가 교실에까지 들어와서 그 난리를 치고, 운동장에서 자동차 타고 뱅~뱅~ 도는 것은 선배 교사들 보기에 민망한 일이다.

전지현을 보라. 아니 여경진을 보라. 물론 "경진이의 썰렁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경찰대학까지 나온 분이 피천득 씨를 모른다는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여경진은 엽기적인 그녀의 안하무인격인 자세를 온전하게 습득했다. 그녀는 "경찰"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장면장면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 쯤에서 마무리하자. 밤새 써 도 다 못쓸테니.


에피소드의 나열... 아우, 정신없어!

[여친소]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로맨틱 코메디 영화라는 것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중간중간 웃어주어야하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상황 자체는 재미있는 것도 많다. 배우들의 표정이나 말투가 재미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기보다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에피소드들을 하나 하나 따라가다보면 스토리 파악은 둘째치고라도, 도통 감정이입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김수로가 등장한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결말 부분에서 스카이라이프를 보고 있는 듯한 전XX씨와 전철역에서 마주치는 차XX씨는 상당히 뜨악하다. 여행하다 난데없는 차 사고가 나는 것도 지나치게 설명이 생략되었다. 어라? 쟤, 왜 저래? 싶었다. 분명 둘 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핸들에 부딪혀서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화면이 어지러웠다. 말그대로 '툭' 쓰러진 것 같았다.


영화를 더 망쳐버린 것들

영화가 시작되면서 도심의 야경과 함께 낯익은 기타 반주가 나온다. 에이브릴 라빈 버젼의 Knocking on Heaven's Door다. 그래, 이것까진 좋았다. 비록 야경 장면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 한참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X-Japan의 Tears가 나온다. 원곡이 나오는데, 그닥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모 가수가 번안했던 곡이 생각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진의 슬픔과 혼란을 드러내기에 적당한 음악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였던건 CG다. 차 사고가 날 때의 그 낙석... 안타까웠다. 돌멩이가 참 예뻤다. 그 큼지막한 돌덩이가 살포시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살포시 웃었다. 하지만 이건 장난이었다. 마지막에서 경진이가 살아나기까지의 과정(이건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남겨둔다. 궁금하면 물어보기 바란다. 영화를 보지 말고.)은 그야말로 한편의 만화였다. 기억하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실사합성영화로 인기가 드높았던 우뢰매를. 곽재용 감독이 오히려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살짝 의심이 생겼다.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UFO'가 생각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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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들여서,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찍은 영화를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빛나기 위해서는 관객들로부터 최소한의 동의는 얻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여친소]는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와 [클래식]의 화면을 교묘히 섞어놓은 영화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감성 블록 버스터'라는 홍보 문구가 그래서 더욱 안타까워보였다.

감성은, 사랑은, 누가 강요하거나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서로의 육체와 정신을 교감하며 일체감을 맛보는 과정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연애영화의 성패는 그러한 과정을 어떻게 전달해줄 것인지에 달려있다.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과정에 관객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을 때,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여친소]보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나 [미술관 옆 동물원]을 같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