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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며 부대끼며

킹콩! 정말 재미있지만 씁쓸하기도 하다는 파문

킹콩. 2005.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후배와 함께 킹콩을 보고 나서면서 나는 나직히 내뱉었다.
"킹콩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린 이게 뭐냐. 앤 같은 여자만나서 킹콩 같이 지켜주겠노라고 말해야 되는 상황에서 시커먼 남자 둘이서 뭐하는거냐."

킹콩, 굉장히 재미있다. 피터 잭슨 아저씨가 살이 쭈악 빠진 이유가 있었다. 3시간 동안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빨려들었다. 월드컵 때도 군대에서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했던 나, 반지의 제왕이니, 해리포터니 하는 영화들도 14인치 TV로 본 나는 일단 이런 영화를 큰 화면으로 쾅쾅 울리는 사운드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런 일이다.

정말 재미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한참 신나게 떠든 후, 슬쩍 뒷맛이 씁쓸했다. 킹콩도 결국 수컷이었던게다. 앤을 보자마자 태도가 돌변했던 선장 아저씨,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해 "행간을 읽어달랑께롱~"이라며 작업멘트날리던 작가 아저씨, 그리고 킹콩. 다를게 뭐있나. 그러고보면 킹콩의 고추가 나오지 않은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후웁... (상상하지 마세요!)

그렇다. 그 씁쓸한 뒷맛은 그저 후줄근한 남자 둘이서 "굉장히 거대한 연애영화"를 봤기 때문에 느낀 것이었다. 고백하자면 킹콩을 보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은 없었다. 그저 손에 땀을 쥐고, 온몸을 떨며 두 눈을 부릅뜰 수 밖에는. 그 씁쓸함이란 결국 트집에 불과한거지. 여자 친구와 봤다면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멘트를 날렸겠지.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킹콩은 앤보다 먼저 죽었지만 나는 우리 자기가 죽을 때까지 지켜줄거야. 킹콩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올랐지만 나는 우리 자기를 위해서라면 저 뜨거운 태양을 향해 날아갈수도 있어. (조용히 한쪽 엉덩이를 내밀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영화를 본 사람만 아는 제스쳐.)"





+ 어무이는 다행히 무사히 퇴원하셨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으셔서 당분간 "불량주부"노릇을 하게 됐어요. 어제 저녁 메뉴는 "감자전"이었고, 오늘 점심 메뉴는 "오뎅국"이었습니다. 조만간 "불량주부일기"로 글 하나 써봐야겠네요. 히힛...

+ 병원에 있는 동안, 어느새 100,000히트를 넘겨버렸습니다. 뭔가 이벤트라도 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ㅜ_ㅜ 볼품없는 블로그,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야후봇, 구글봇, MSN봇, 잊지 않고 들러주시는 unique-casino.net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p 늦지 않은 때에 기념될만한 일을 벌여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