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자대 배치받았겠구나. 요즘 육군 복무기간이 2개월 단축되면서 훈련기간도 줄었다던데 무사히 잘 마쳤는지 모르겠네. 여자친구한테만 편지쓰지말고 나한테도 좀 쓰라니깐! 녀석...
오늘 뉴스에서 논산 훈련소 중대장이 훈련병들한테 똥 먹였다고 난리가 났더구나. 다행히 넌 사단 훈련소에 있었으니 그 일은 안 당했겠지만 결국 뉴스 끝날 때까지 네 생각 많이 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고, 비록 많이 늦긴 했지만 한 번 다녀올만한 곳이라고 네게 말했지만, 사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좋은 곳이 군대가 아닐까 싶다. "군대갔다와야 사람된다.", "군대갔다와야 정신차린다."라는 말은 청춘을 저당잡혔던 이들의 최소한의 변명이겠지.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난 세월이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올테니까.
내가 그 곳에 있을 때도 사병과 장교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군생활을 힘들게 하곤 했지. 요즘은 군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많이 변했고, 각급 지휘관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뉴스에 나온 중대장같은 사람들이 있다는게 가슴아플 뿐이다. 너 첫 영장 나왔을 때쯤, 소대장이 사고쳤을 때도 참 답답했는데....
네가 생활하게 될 부대에서는 부디 좋은 지휘관을 만나길 빈다. 계급에 눌려 억지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엊그제부터는 또 "연예인 X파일"이란게 뉴스를 달구고 있어. 너희 누나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나도 저 파일을 봤는데, 연예인이 얼마나 피곤한 직업인지 새삼 확인했으니까.
저 파일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정작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 누가 저들에게 당당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싶다. "정치권 고위 간부와 만나더라"라는 소문이 돌면 그 연예인만 수군수군대고, 막상 그 정치인들은 "권력의 그림자"로 숨어버리잖냐. 모델료로 수 억씩 줘야하는 광고회사 입장에선 광고모델이 해당 제품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을테고 자구지책으로 그런 파일까지 만든거겠지. 연예인 부부가 등장해서 "우리 부부는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요"라면서 광고를 찍었는데 나중에 그들이 이혼했다면 광고주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것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을테니... 문제는 그걸 만들었다는 것보다 인터넷에 공개되고, 유포되고 말았다는 게 아닐까.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즐기면서" 생활하고, 아무 것도 없는 우리는 2년이란 세월을 군대에서 썩어야 하고... 그냥 좀 답답해진다. 많이.
네가 입대한 이후로, 나는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어. 그런데 오늘같은 날, 순간순간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지는 날이면 네 생각이 많이 난다.
네가 입대하기 전, "너 군대갔을 때, 애들 다 갔잖아. 미치는 줄 알았어. 이제 내 맘 좀 알겠냐?" 라고 말하며 담배 연기 한 모금 내뱉을 때, 솔직히 네가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오늘 내가 담배 한 대 빨면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구나...
친구야. 부디 몸 건강히 무사히 전역해라. 아니 그 전에 첫 휴가 나오면 보겠구나. 많이 보고싶다. 네가 없는 사회, 여전히 썩어있지만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네 여자친구도 잘 지내고 있고. 내가 힘 좀 많이 쓰고 있다는건 좀 알아줬으면 한다. 헤헤. 아무튼 첫 휴가 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늘 하얗던 네 얼굴이 검게 그을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자꾸 웃음만 나네. 어여 나와서 술이나 한 잔 하자.
2005년 1월 20일.
네 친구.
#. 훈련소에서 칭찬받았다고 여친한테 자랑 좀 하지마라. 네 순진한 여친, 진짜로 네가 잘해서 그런건줄 알고 나한테 자랑하잖아! 솔직히 훈련소에서 상점 안 받아본 사람이 누가 있냐고! -_-+
오늘 뉴스에서 논산 훈련소 중대장이 훈련병들한테 똥 먹였다고 난리가 났더구나. 다행히 넌 사단 훈련소에 있었으니 그 일은 안 당했겠지만 결국 뉴스 끝날 때까지 네 생각 많이 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고, 비록 많이 늦긴 했지만 한 번 다녀올만한 곳이라고 네게 말했지만, 사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좋은 곳이 군대가 아닐까 싶다. "군대갔다와야 사람된다.", "군대갔다와야 정신차린다."라는 말은 청춘을 저당잡혔던 이들의 최소한의 변명이겠지.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난 세월이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올테니까.
내가 그 곳에 있을 때도 사병과 장교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군생활을 힘들게 하곤 했지. 요즘은 군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많이 변했고, 각급 지휘관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뉴스에 나온 중대장같은 사람들이 있다는게 가슴아플 뿐이다. 너 첫 영장 나왔을 때쯤, 소대장이 사고쳤을 때도 참 답답했는데....
네가 생활하게 될 부대에서는 부디 좋은 지휘관을 만나길 빈다. 계급에 눌려 억지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엊그제부터는 또 "연예인 X파일"이란게 뉴스를 달구고 있어. 너희 누나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나도 저 파일을 봤는데, 연예인이 얼마나 피곤한 직업인지 새삼 확인했으니까.
저 파일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정작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 누가 저들에게 당당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싶다. "정치권 고위 간부와 만나더라"라는 소문이 돌면 그 연예인만 수군수군대고, 막상 그 정치인들은 "권력의 그림자"로 숨어버리잖냐. 모델료로 수 억씩 줘야하는 광고회사 입장에선 광고모델이 해당 제품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을테고 자구지책으로 그런 파일까지 만든거겠지. 연예인 부부가 등장해서 "우리 부부는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요"라면서 광고를 찍었는데 나중에 그들이 이혼했다면 광고주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것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을테니... 문제는 그걸 만들었다는 것보다 인터넷에 공개되고, 유포되고 말았다는 게 아닐까.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즐기면서" 생활하고, 아무 것도 없는 우리는 2년이란 세월을 군대에서 썩어야 하고... 그냥 좀 답답해진다. 많이.
네가 입대한 이후로, 나는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어. 그런데 오늘같은 날, 순간순간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지는 날이면 네 생각이 많이 난다.
네가 입대하기 전, "너 군대갔을 때, 애들 다 갔잖아. 미치는 줄 알았어. 이제 내 맘 좀 알겠냐?" 라고 말하며 담배 연기 한 모금 내뱉을 때, 솔직히 네가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오늘 내가 담배 한 대 빨면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구나...
친구야. 부디 몸 건강히 무사히 전역해라. 아니 그 전에 첫 휴가 나오면 보겠구나. 많이 보고싶다. 네가 없는 사회, 여전히 썩어있지만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네 여자친구도 잘 지내고 있고. 내가 힘 좀 많이 쓰고 있다는건 좀 알아줬으면 한다. 헤헤. 아무튼 첫 휴가 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늘 하얗던 네 얼굴이 검게 그을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자꾸 웃음만 나네. 어여 나와서 술이나 한 잔 하자.
2005년 1월 20일.
네 친구.
#. 훈련소에서 칭찬받았다고 여친한테 자랑 좀 하지마라. 네 순진한 여친, 진짜로 네가 잘해서 그런건줄 알고 나한테 자랑하잖아! 솔직히 훈련소에서 상점 안 받아본 사람이 누가 있냐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