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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단절되는 우리 깊이 있게 생각하기를 꺼리는 아이들 요즘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집중력이 낮은 편이다. 비단 수업 시간 뿐만 아니라 저희들끼리 대화를 할 때에도 하나의 주제로 5분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몇 개의 짧은 구절들로 본인의 감상을 짧게 던지고, 듣는 이들의 대답 역시 한, 두 마디의 동의나 거부를 표할 뿐이다. 세 문단 이상으로 된 글, 아니 세 문장 정도의 짧은 예시문도 독해에 애를 먹곤 한다. 5분 이상 깊이 있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에게 귀찮고 힘에 겨운 일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나도 얼마간 동의하는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짧은 문자와 카톡, 각종 SNS와 이미지 중심의 소통 도구들은 아이들에게 단절되는 삶의 행동방식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체득하게 한다. 나도..
열정을 간직하기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수업들어갔던 반의 제자를 오늘 만났다. 담임도 아니었던 나를 여전히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해주고 찾아주어서 기쁘다못해 조금 들뜨기까지 했다. 농담까지 받아적어가며 열심히 수업을 듣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어엿한 직장에 취직도 했단다. 이제는 완연히 아가씨가 된 그 아이를 보며 세월이 꽤나 빠르게 흘렀음을 실감했다. 한참 동안이나 옛이야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어댔는데 열정적이었고 1학년 때 미리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에 물컹 마음이 흔들렸다. 뿌듯하고 흐뭇한 한편으로, 올해의 내 모습이 떠올라 잠시 침묵에 잠겼다. 막내라서, 고3 담임이 아직 서툴러서, 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미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많은 시간 속에 나는 내 자리에 안주하고 아니 오..
우리 학교 짬타이거 후보들 어제 아침, 학교 옆 조그만 주차장 한 켠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선생님 몇 분이 한쪽으로 옮겨다 두었다. 호기심에 가서 구경했는데, 이때까지 본 고양이 중에 가장 어린 새끼였다. 예전에 우리집 푸들 핑키가 새끼를 낳았을 때보다도 더 작았던 것 같다. 샘들이 한쪽 구석에 망가진 서랍 안에 넣어두었는데 누군가 그늘도 만들어주고 우유도 갖다놓았다. 내가 집에 가기 전에 다시 보러갔는데 아직 눈도 못 뜬 새끼들은 힘도 하나도 없어 보이고 축 늘어져서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아내에게 문자로 소식을 알리고 사진도 찍어 보냈는데 저녁에 같이 장을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렀다. 처음 들른 병원에서 눈도 못떴다고 했더니 아직 2주도 안지난 것 같다고 했다. 새끼 고양이는 보름쯤되어..
I was meant to lead the revolution, not teach gyuhang.net에 올라온 그림엽서 한 장. 올해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게 될 한 해가 될 것 같다. 우리 반 아이들에 대한 것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학교와 계급재생산」 을 교재로 개설되었던 교직 과목을 이수할 때만 해도 내가 교사가 될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벌써 5년차. 뜻하지 않은 부대낌 속에서 여전히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등학교에서, 입시라는 거대한 욕망의 코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올해의 끝자락에서는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 불쾌지수가 높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더워서 짜증, 기말고사가 얼마남지 않아서 짜증. 나는 나대로 일에 치여서 짜증, 애먹이는 녀석들 덕분에 짜증. 짜증과 짜증이 만나니 결국엔 벌컥 화가 나게 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강자'에 속하는 나는 '약자'에 속하는 녀석들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그래놓고 후회한다. 어설프게 마음을 풀다가 더 짜증나는 상황을 만든다. 업무는 업무대로, 수업은 수업대로, 담임은 담임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안 홧병이 났다. 체한 것이 일주일을 넘게 계속되는 것 같아서 한의원에 갔더니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요즘 신경쓰실 일 있으신가요?" "지나치게 많죠." "그래서 이런 겁니다."희한하게도 온몸에 침을 맞은 지 불과 10여분만에 아프게 조여들던 가슴이 스윽 풀어..
딜레마 오늘 동생이 입대를 했다. 논산 훈련소로 들어갔는데 주특기를 무엇으로 배정받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나도 논산으로 입대했었는데 4.2인치 박격포를 훈련받고 전방 GOP부대로 배치됐었다. 내 전철을 밟는 것도 걱정이지만 시절이 하 수상하야, 혹여라도 전경으로 차출되진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동생은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도회 교육과정 중 청원기를 보내고 있던 동생은 제대 후 약간의 시간 동안 수도사로서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볼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 후 수련기를 거쳐 유기서원기를 마치면 종신서원 이후 온전한 수도사로서 생활하게 된단다. 수도원에 있을 때에는 전화나 이메일은 물론 편지도 주고 받지 못했다. 그러다 이제 군대를 가니 편지도 되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고, 휴가 때 얼굴도..
얘들아 고마워~ 생각도 못했던 옆반 아이가 수줍게 건네 주던 편지와 선물, 우리반 녀석들의 깜짝 파티, 졸업생들의 안부 전화... 하나같이 고마운 녀석들에게 나는 어떤 교사로 비춰지고 있을까. 그들이 있기에 나는 언제나 기운 찬 올돌이가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증과 울증이 반복될 때도 있지만 결국 웃게 되는 건 녀석들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때이다. 올해, 첫 담임의 아름다운 추억을 곱게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3개월째... 학교 급식에서 원산지가 분명한 재료만을 사용할까? 사용할 수 있을까?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먹게 되는지 상상은 하고 있을까? . . . 함께 참가했던 친구들과 동네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마음만 먹먹해질뿐. 비정규직, 의료보험 민영화, 대운하, 쇠고기. 아무리 명박이라지만 그 사람 혼자 이렇게까지 되고 있을까. "우리도 취직해서 먹고 살아야지."라며 그에게 한 표 던졌다던 내 친구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순 있어도 너는 못된 놈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담임을 맡게 되니,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또 달라졌다. 옆에 있던 학생에게 양초 하나 건네며 말을 걸었다. 너는 왜 다른 학교애들한테 시비를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