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종이 땡땡땡

열정을 간직하기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수업들어갔던 반의 제자를 오늘 만났다. 담임도 아니었던 나를 여전히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해주고 찾아주어서 기쁘다못해 조금 들뜨기까지 했다.

농담까지 받아적어가며 열심히 수업을 듣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어엿한 직장에 취직도 했단다. 이제는 완연히 아가씨가 된 그 아이를 보며 세월이 꽤나 빠르게 흘렀음을 실감했다. 한참 동안이나 옛이야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어댔는데 열정적이었고 1학년 때 미리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에 물컹 마음이 흔들렸다. 뿌듯하고 흐뭇한 한편으로, 올해의 내 모습이 떠올라 잠시 침묵에 잠겼다.

막내라서, 고3 담임이 아직 서툴러서, 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미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많은 시간 속에 나는 내 자리에 안주하고 아니 오히려 퇴보한 건 아닌지 부끄러웠다. 정시 모집을 앞둔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올해에도 나는 게을렀고 열정보다는 정적 속에 머물고 있었다. 굳이 타성에 젖었다고 말하기 이전에 내 스스로 마음을 닫고 있었던 것만 같아서 아쉽고 속상하고 미안하다.

나를 기억해준 제자의 말 한 마디가 송곳보다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언제나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후회를 기억하며 다시 내년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