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긴 오는가보다. 슬슬 낮에 졸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늘은 아주 시원~하게 한 숨 자버렸다. 게다가 아지랑이 솔솔 피어오르듯 마음 한 켠이 싱숭~생숭~한 것이 심장에 바람이라도 들었는지 꽤 오래 간질거린다.
꽃 같은 여인네를 보고 애정이 샘솟는 것이야 비단 봄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냐만, 요즘은 유독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 되버리곤 해서 걱정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기를 쳐다보고, 이리저리 오만가지 상상을 하다가 문득, 아무리 봄이라지만, 아무리 어여쁜 여인네라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싶어서 피식 웃어버린다.
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오늘은 눈까지 내리고, 뉴스를 보니 저 쪽 지방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더라. 하긴 백일 휴가를 눈알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을 내 친구 녀석은 그 놈의 눈 때문에 결국 휴가가 연기되었다고 한다. 재수가 옴 붙은 녀석같으니라구... 오후에 녀석의 어머니께 전화 한 통을 받고 나서 녀석을 위해 1분간 묵념해주었다.
비록 오늘은 눈도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지만, 어쨌거나 봄이 오긴 오고 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와서 내 귓가에 따뜻한 숨 한 자락 불어넣고 지나간다.
간지러워 미치겠다. 이 미친 春心을 어찌해야 좋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