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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시험기간의 밤은 짧다

Vincent Van Gogh(1889), "La Nuit Etoilee"


내가 원체 밤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험 때만 되면 유독 밤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다. "공부는 평소에 하는거야"라는 말을 초등학교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부터 지금껏 귀에 달고 살지만 <<시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는 꼼짝없이 휘둘리고 만다.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거늘, 나는 시험 기간만 되면 이러한 순리를 거스르고, 내 건강을 깎아먹고, 능률을 저하시키고 만다. 또한 밤시간의 가장 큰 적은 뭐니뭐니해도 이처럼 느닷없는 블로그질의 유혹이기도 하고...

학기 초 수강신청 때 월화수 3일만 학교에 나가도록 시간표를 짰었다. 내 딴에는 일주일을 두 파트로 나누어서 학교 수업과 임용 시험 준비를 병행한다!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지만, 하루에 시험이 3개씩 겹쳐지는 재앙이 뒤따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일은 2개, 하루 쉬고 수요일엔 3개의 시험을 치뤄야 한다. 전공(국문) 특성상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건 치명적인 데 이번 학기 교직과목은 거의 살인적인 문제 출제 범위를 제시하고 있어서 두려워진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둔 마당에 장학금은 물건너갔을망정 하늘 우러러 부끄러운 학점을 받을 순 없지 않은가.

쉰소리는 고만하고 가서 책이나 마저 봐야겠다.


2005년 내 마지막 대학의 뜨거운 여름은 이렇게 조용히 사그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