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의 저녁식사. [Batang Ch:e], Graforce.com
아부지랑 소주를 나눠마셨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었고, 삼겹살이 나오는 날이면 우리 부자는 어김없이 소주를 마시곤 했다. 늘 아부지께 술을 따라드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잔을 받아마시게 되면서부터 아버지는 조금씩 어깨가 좁아지셨던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아부지가 죽도록 미웠던 적이 있었다. 차라리 내가 주워온 자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훈련소의 차가운 매트리스 위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다가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미친듯이 눈물이 났었다.
언제부턴가 아버지께서 외롭다는 말을 하시곤 했다. 참 듣기 거북했다. 식구들이 아부지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외롭다고 하시는걸까. 서운하고 섭섭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주 한 잔 나누는 날, 평소보다 말도 많이 하시고, 더 많이 웃으시는 아부지를 보면 외로웠던 날의 흔적을 얼핏 엿보게 된다.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다.
세상에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든든한 사람이 있다.
그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 가득 힘이 나는 사람이 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나를 욕하는 그 날에도 내 편에 서줄 당신이 있음에 나는 이렇게 잘 자랐다.
오늘은 어머니가 조금 서운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부지 편을 좀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이러니까 아부지는 삼겹살만 나오면 나랑 소주 한 잔 하자고 하시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