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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또 한 명의 고3 학생이 자살했다

뉴스 : 꾸중듣고 한강 투신

또 한 명의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이 그 아이로 하여금 생을 포기하게 만들었을까. 누가 그 아이를 죽게 한 것인가.

사고가 난 학교는 우리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학교로 배정받았었다. 우리집에서 거리도 가까운데다 내 주위에서 그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들도 많았다. 그 고등학교에서는 올해 초, 학생 한 명이 교실 창가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교실 창문 밖에 쇠창살을 달아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학교의 학생 한 명이 또 자살을 한 것이다.

그 학교에서는 지금쯤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을 것 같다. 마치 부대 이전 후 사고가 잦았던 우리 부대에서 '고사를 지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던 것처럼...

최근 학생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아이들이 죽음을 택하는 걸까.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일까. 그들의 자살을 비단 '나약한 정신'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잠시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라. 세상은 우리에게 "여러부운~ 부자되세요~"라며 외치고,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며, 우리는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이 땅에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는 소리를 들으며, "5년 안에 10억 만들기" 카페에 가입하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은 한 때의 영화 제목으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라며 학생들을 꼬드긴다.

이제는 "공부못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에서 "공부안해도 된다. 살아만 다오"라고 말해야하는 시대인 것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속성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제 일말의 저항조차 생각해내지 못한 채 스스로를 옭아맨다. "공부 잘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것처럼 말하는 사회,"돈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교육받은 것처럼"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교육사회학책을 들여다보던 중에 들려온 한 아이의 자살 소식은 내가 지금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 것인지 진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얘기하자고 하면서도 나 역시 그러한 "재생산 체계"의 일원으로 속박되어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이유로 교생실습 때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보지 못했는데 이번 주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들러봐야겠다. 잠깐의 만남이었음에도 가끔 녀석들의 안부 인사를 보면 가슴이 울릴 때가 있다. 녀석들에게 자살은 꿈도 꾸지 말라고, 자살하고 싶을 땐 나한테 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해주고 싶다.

부디 저 하늘에서는 편히 쉬라고 기도하면서도 자살에 따른 죄값은 치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짧은 생이었지만 "저 높은 데 계신 그 분"도 아직 여린 학생이었음을 감안하셔서 선처해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다시 교사가 될 마음을 굳힌다. 내가 있는 학교에서만이라도 절대 자살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큰 희망과 함께.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가슴시린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