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갓 스무살을 넘긴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한창 혈기왕성한 남정네들만 모아놓다보니 군대에서는 참으로 별의별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 때로는 잊지못할 추억이 되는 일도 많지만 돌이키고 싶지 않은 사건, 사고들도 부지기수다. 내가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고가 일어났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젋은 동료 병사들이 여럿 있었다.
뉴스를 보다가 까무러치게 놀랐던 것은 [소대장]이 일으킨 사고였다는 점이다. 소대장은 일개 소대를 책임져야할 사람으로서, 그의 휘하에는 보통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40여명 이상의 소대원들이 있다. 소대원들에게 있어서 소대장은 가장 가까운 장교임과 동시에 군생활의 전반적인 사항을 의논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소대장이 대전차 사격장에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박격포나 대전차포는 일반 소총과는 그 위력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사격장에서는 갓 들어온 신병부터 최상급 부대장까지 모두가 긴장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여 사격을 실시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병도 아닌 장교가, 그것도 사격에 임하게 된 소대의 소대장이라는 사람이 포탄이 장전된 줄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실사격장에서 포탄은 엄중관리되며 최상급 지휘관의 허락없이는 절대 발사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사고가 난 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전차화기가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탄 - 그것도 90밀리 무반동총을 대체하는 무기라면 그 포탄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건만 - 관리가 그토록 허술했다는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제 막 부대에 전입온 신임소위라면 부대환경도 아직 적응이 안되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실수할 수도 있었겠다지만 이번 사고는 중위가 저지른게 아닌가. 군생활도 익숙해졌고, 사격경험도 몇 번 있을만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지금쯤 육군 전 부대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며 한동안 모든 사격은 금지될 것 같다. 작년에 모 부대에서 박격포 사격 중에 사고가 났을 때도 그랬으니까...
해마다 군대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지고, 모든 사건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각급 부대로 전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 총기 오발, 구타, 자살, 탈영 등등. 군대에서의 모든 사고는 장교와 각 소대 선임병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그 발생률이 낮아지게 된다. 최근의 군대는 예전과 비할 수 없을만큼 구타 관련 사고는 줄어들고 있는데 전 군 차원에서의 대대적인 단속(?)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교와 선임병들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예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져온 사병과 장교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서 내 목숨을 지켜주지 못하는 장교라면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예비역으로써 이번 사고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막내 이등병이 순간의 착오로 목숨을 잃었고, 전역 후의 보다 나은 생활을 꿈꾸며 숨막히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참고 살아온 많은 젊은이들이 다쳤다. 그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된 병사들의 가족들은 또 어떤 심정으로 살아갈까.
착잡하다. 앞으로의 보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알겠지만 언론은 이번에도 역시 [낡은] 군대의 문제점 운운하며 모든 것을 [군대]탓으로 돌릴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추호도 생각치 않은 채 흥미거리 기사를 제공하겠지. 이런 사고가 터지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군인들은 군생활의 의욕을 한순간에 잃게되는데 그간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 태도는 그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었다.
부디 해당 소대장이 자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 장교 역시 내 친구들과 같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군대에서 잠시 젊음의 유예기간을 보내고 있는 한 사람의 젊은이이다. 그의 잘못은 분명 엄청난 일이며 처벌받아야 마땅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 위에 걸레마저 집어던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인간들의 짧은 생애마저도 끝마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며, 내가 몸담았던 우리 부대의 후임병들은 한 사람도 다치는 사람없이 몸 성히 사회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