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야자감독을 1교시만 하고 집으로 왔다. 학교에서 전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한 여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정답게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지만 이름은 커녕 몇 반 학생인지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미안한데.."로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정겨웠다. 역까지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의 짧은 대화였지만 지난 3주 동안의 나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대화였다.
가장 큰 충격(?)은 "선생님은 OOO랑 XXX만 예뻐하시는 것 같아요. 제 이름도 모르시고..."라던 그 학생의 조심스런 성토(!)였다. OOO과 XXX는 앞뒤로 앉아서 수업시간에 유난히 떠드는 학생들이다. 비교적 수업 중 반응(질문에 답한다든가 등등)은 좋은데 워낙 말이 많은 녀석들이라서 거의 매 시간 녀석들을 조용히 시키는게 일과처럼 된 녀석들이다.
안그래도 너무 그 녀석들 쪽에 신경을 집중한다 싶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학생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적지않게 당황스러웠다. 조용히 웃으며 "설마 걔네만 이뻐해서 그러겠냐. 하도 수업시간에 떠드니까 조용히 시키느라고 그런거지."라고 서둘러 변명했다. 내 딴엔 그나마 머리를 쥐어짠 끝에 "ㅁㄴ는 수업태도가 좋으니까 선생님이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그랬나보다. 애들이 떠들면 너처럼 수업 잘 듣는 학생이 피해입는거잖아"라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저 조는거 깨우셨는데..."라는 ㅁㄴ의 대답에 또 일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수업을 하다보니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자주 눈길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유난히 수업태도가 산만하다든가, 농담하는걸 즐긴다던가, 대놓고 잔다든가 하는 녀석들, 그리고 어떤 반응을 기대했을 때 쉽게 반응이 있는 녀석들에게 생각보다 눈길이 자주 간다. 그게 또 다른 아이들에겐 "편애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었나보다.
ㅁㄴ는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글쓰기에도 꽤 재능이 있어서 중학교 때 대회에 나가기도 했었단다. 엊그제 백일장 관련 공문을 본 기억이 나서 내일 문학 수업끝나고 그 동안 써놓은 것 있으면 가져와보라고 했다. "5개 정도면 되나요?"라고 되묻던 녀석은 수줍게 씨익 웃었다.
지금까지는 "좋은 수업"을 하는 것만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잊고 있었다. 어쩌면 시 한 편 제대로 읽고, 소설 하나 읽을 줄 아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향내음을 느껴보는 일이 그 맘 때의 아이들에겐 더 소중한 경험일텐데 "사람살이를 이야기하는 문학"을 가르친다면서 "사람"을 잊고 있었나보다.
버스를 향해 걸어가는 내게 ㅁㄴ는 "선생님, 내일도 문학 수업있어요"라며 의.미.심.장.한 인사를 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긴 했지만 못내 가슴 한 켠이 시린건 어쩔 수가 없더라. 괜시리 다른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졌다.
내일은 조금 떠드는 녀석들이 있더라도 그 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한 번 더 바라보아야겠다. "문학 수업은 들을만 하냐?"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어본 내게 "재밌어요. XX이도 재밌대요. 걔가 수업재밌다고 한 적, 한 번도 없는데.. 히히"라며 웃어주던 ㅁㄴ의 웃음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설령 "문학" 수업이 재미있는게 아니라 문학 "수업"이 재미있을지언정, 재미가 수업의 본 모습은 아닐지언정, 30여명의 아이들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오롯이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학기가 끝날 무렵, "문학 샘은 XXX만 좋아해"라고 말하는 학생이 없도록, "우리 문학 샘은 다 좋대, 다~"라고 떠들어댈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사랑해야겠다.
목이 따갑고 다리가 붓지만 또 다시 칠판 앞에서 분필가루 날리며 목청껏 외칠 수 있는건 아이들이 바로 그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미안한데.."로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정겨웠다. 역까지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의 짧은 대화였지만 지난 3주 동안의 나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대화였다.
가장 큰 충격(?)은 "선생님은 OOO랑 XXX만 예뻐하시는 것 같아요. 제 이름도 모르시고..."라던 그 학생의 조심스런 성토(!)였다. OOO과 XXX는 앞뒤로 앉아서 수업시간에 유난히 떠드는 학생들이다. 비교적 수업 중 반응(질문에 답한다든가 등등)은 좋은데 워낙 말이 많은 녀석들이라서 거의 매 시간 녀석들을 조용히 시키는게 일과처럼 된 녀석들이다.
안그래도 너무 그 녀석들 쪽에 신경을 집중한다 싶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학생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적지않게 당황스러웠다. 조용히 웃으며 "설마 걔네만 이뻐해서 그러겠냐. 하도 수업시간에 떠드니까 조용히 시키느라고 그런거지."라고 서둘러 변명했다. 내 딴엔 그나마 머리를 쥐어짠 끝에 "ㅁㄴ는 수업태도가 좋으니까 선생님이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그랬나보다. 애들이 떠들면 너처럼 수업 잘 듣는 학생이 피해입는거잖아"라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저 조는거 깨우셨는데..."라는 ㅁㄴ의 대답에 또 일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수업을 하다보니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자주 눈길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유난히 수업태도가 산만하다든가, 농담하는걸 즐긴다던가, 대놓고 잔다든가 하는 녀석들, 그리고 어떤 반응을 기대했을 때 쉽게 반응이 있는 녀석들에게 생각보다 눈길이 자주 간다. 그게 또 다른 아이들에겐 "편애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었나보다.
ㅁㄴ는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글쓰기에도 꽤 재능이 있어서 중학교 때 대회에 나가기도 했었단다. 엊그제 백일장 관련 공문을 본 기억이 나서 내일 문학 수업끝나고 그 동안 써놓은 것 있으면 가져와보라고 했다. "5개 정도면 되나요?"라고 되묻던 녀석은 수줍게 씨익 웃었다.
지금까지는 "좋은 수업"을 하는 것만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잊고 있었다. 어쩌면 시 한 편 제대로 읽고, 소설 하나 읽을 줄 아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향내음을 느껴보는 일이 그 맘 때의 아이들에겐 더 소중한 경험일텐데 "사람살이를 이야기하는 문학"을 가르친다면서 "사람"을 잊고 있었나보다.
버스를 향해 걸어가는 내게 ㅁㄴ는 "선생님, 내일도 문학 수업있어요"라며 의.미.심.장.한 인사를 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긴 했지만 못내 가슴 한 켠이 시린건 어쩔 수가 없더라. 괜시리 다른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졌다.
내일은 조금 떠드는 녀석들이 있더라도 그 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한 번 더 바라보아야겠다. "문학 수업은 들을만 하냐?"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어본 내게 "재밌어요. XX이도 재밌대요. 걔가 수업재밌다고 한 적, 한 번도 없는데.. 히히"라며 웃어주던 ㅁㄴ의 웃음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설령 "문학" 수업이 재미있는게 아니라 문학 "수업"이 재미있을지언정, 재미가 수업의 본 모습은 아닐지언정, 30여명의 아이들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오롯이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학기가 끝날 무렵, "문학 샘은 XXX만 좋아해"라고 말하는 학생이 없도록, "우리 문학 샘은 다 좋대, 다~"라고 떠들어댈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사랑해야겠다.
목이 따갑고 다리가 붓지만 또 다시 칠판 앞에서 분필가루 날리며 목청껏 외칠 수 있는건 아이들이 바로 그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