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익명성 문제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거져나오는 뜨거운 감자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오가는 숱한 글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실제 얼굴을 맛대고서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더불어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식적이다]라는 말 역시 내게 있어 끈질기게 따라붙는 말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 [보여주는 나]와 [본래의 나]를 구분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얼마나 섬찟했는지 모른다.
얼마전,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터뜨려버린 개인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만, 이미 그 사람의 가면은 송두리째 벗겨졌고, 나는 본의 아니게 그 가려졌던 속내를 휘젓고 다니게 되었다.
인터넷이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대중들에게 막 퍼져나갈 때 즈음 - 야후가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고, 알타비스타, 까치네 등이 활발하던 즈음 - 너나 할거 없이 이메일 주소를 만들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인터넷을 반겼다. 그 후, 쏟아지는 스팸 메일로 인해서 메일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무렵, 메신져가 등장했고, 윈도에 MSN이 포함되고, AIM과 ICQ를 사용하던 일부 사람들도 MSN으로 이동하는등 격변을 거치면서 또하나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신을 삭제/차단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등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가 않다.
최근 한풀꺾인 듯 하지만 불과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싸이월드] 바람은 무척 거셌다. "웬만하면"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한메일 주소만큼, "젊은이라면" 누구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곧 개인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숱하게 생겨났다.
요즘 사람들은 - 아마 젊은 사람일수록 더 이런 경향을 보일 것 같다 -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어 인간 본연의 모습(늑대같은) 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오히려 실제 만남에 있어서 점점 더 가식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한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이 더 쉽게 다가갈 수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