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조용히 하자! 조용히 해라! 조용히 하라고!
"역치"를 잊고 있었다. 오죽 재미없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오늘은 매우 심했다. 한 녀석을 붙잡고 근 1시간 이야기를 했다. 끝까지 잘 참았다. 녀석과 이야기를 마치고 교무실로 오면서 복잡한 마음이 됐다. 녀석들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다더라. 화낼 때 짜증이 섞일까봐 조심하고, 웃을 때 방심할까봐 조심했더니 결국 이도저도 아닌게 되어버렸나보다.
웃을 때 웃기는 쉬운데
화낼 때 화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이 약해서일까...
그 녀석이 뻔한 핑계를 대는 게 눈에 보이는 데도 제.대.로.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못냈다. 그냥 너무 철이 없어보이고 너무 어려서 내가 왜 화를 내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느낌만 주구장창 떠들어대면서 내 화를 삭히는 시간을 좀 가졌을 뿐이다. 교실에서는 정말 한 대 패버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다행히 그 순간을 잘 넘기고 얘기를 하다보니 아직 철이 덜 든 녀석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입에 발린 소리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녀석은 앞으로 "덜 떠들겠다"고 약속했다. 죽어도 '안떠들겠다'란 말은 안한다. "너희 반, 최근에 더 심해졌다"고 했더니 그래도 내 수업시간에는 "다른 수업에 비해" 애들 수업태도가 좋은 편이란다. 할 말을 잃었다. 반 아이들이 떠들면 자기가 앞서서 조용히 시키겠단다. 눈에 보이는 핑계, 한 두 번 속은 게 아니지만, 오늘 한 약속도 얼마안가서 잊어버릴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또 믿어본다.
때리는 건 싫다. 어찌해야할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심심한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나를 조금 미워할 뿐...
언제쯤이면 "친구들과 떠드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